“경찰 특수본, 경찰청 밖 독립 사무실”…3대 특검 잔여 사건 수사 본격화
3대 특검 잔여 사건을 둘러싼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경찰과 정치권이 맞붙었다. 경찰이 3대 특검의 남은 사건을 전담할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한 가운데, 야권이 ‘2차 종합 특검’까지 거론하면서 수사 종착지를 두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3대 특검이 맡았던 사건의 잔여 부분을 수사하기 위해 3대 특검 특별수사본부를 이날 공식 발족했다. 특수본은 경찰청 안보수사심의관인 김보준 경무관이 본부장을 맡았으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인근 별도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경찰청 청사 밖에 둥지를 튼 구성이어서 수사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특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청 지휘 라인과 거리를 두고, 주요 수사 결과만 국가수사본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본이 “경찰청과 별도 트랙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보고는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에게 한정해 이뤄질 전망이다.
특수본은 3대 특검 구조에 맞춰 3개 팀 체제로 짜였다. 이 가운데 순직해병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순직해병 수사팀은 강일구 총경이 팀장을 맡았다. 강 총경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 안보수사2과장 등을 지낸 수사 책임자다. 그는 지난 6월 출범한 순직해병 특검에서 파견 경찰로 합류해 2팀장을 맡았고, 해병대 고 채 상병과 관련한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수사를 담당해 왔다.
경찰은 강 총경을 특수본에 그대로 투입한 것을 두고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순직해병 특검뿐 아니라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에 파견됐던 경찰 수사관들 상당수도 특수본으로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 기록과 수사 경과를 가장 잘 아는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 공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특수본은 인적 구성에서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업도 열어 두고 있다. 순직해병 특검과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이 모두 군과 검찰, 경찰에서 파견 인력을 받아 혼합팀을 꾸렸던 것처럼, 특수본 역시 군, 검찰, 기타 관계 기관으로부터 파견 인력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인원 규모와 파견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특검 수사팀과의 협조 형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외부 인력 파견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우선 각 특검에서 이첩되는 사건 기록을 정밀 검토한 뒤 활동 기간과 세부 수사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3대 특검 가운데 순직해병 특검은 지난달 28일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핵심 피의자 13명을 기소했다. 동시에 경북경찰청 관계자들의 직무 유기, 수사 정보 누설 의혹 등 일부 사건은 경찰로 이첩했다. 이 사건들이 특수본 수사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정식 수사 기한은 각각 12월 14일과 12월 28일까지다. 두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의혹이나 추가 사건 중 상당수는 특검 종료 시점에 맞춰 특수본으로 넘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건희 특검의 경우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재정리돼 경찰 이첩 대상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과 사정기관 안팎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은 특수본 출범과 동시에 추가 특검 카드까지 꺼내 들며 수사 향방을 둘러싸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3대 특검 수사 성과를 평가하면서 “3대 특검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규명하기 위한 2차 종합 특검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과 특수본 모두에 대한 추가 견제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가 언급한 2차 종합 특검이 실제로 국회에서 추진돼 출범할 경우, 경찰 특수본이 맡게 될 사건 상당수는 다시 특검으로 이첩돼야 한다. 수사 주체가 특검과 경찰을 오가는 구조가 재현될 수 있어, 수사 속도와 효율성,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월 3대 특검이 출범하기 전까지 특별수사단을 운영하며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를 담당했다. 이후 국회 합의로 내란 특검이 꾸려지면서 계엄 관련 핵심 사건은 특검으로 넘어갔고, 경찰은 주변 수사와 지원 역할을 맡았다. 이번 특수본 발족은 3대 특검 종료 이후 잔여 사건에 대한 책임 수사 주체를 다시 경찰로 정리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특수본은 향후 국회와의 협조, 검찰 등 타 기관과의 공조를 병행하며 사건 처리를 이어가게 된다. 국회는 2차 종합 특검 도입 여부를 두고 여야 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며, 수사 주체와 범위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3대 특검 이후 수사 체제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고, 경찰 특수본 수사의 향배에 따라 정국 긴장도는 한동안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