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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 폭식도 심장 압박”…과식, 기저질환자 돌연사 경고

신도현 기자
입력

포화지방과 칼로리가 높은 대량의 식사가 심혈관계 질환자의 치명적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심장 전문의들은 과식이 격렬한 운동이나 강한 정서적 스트레스처럼 심장에 급격한 부담을 주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처럼 이미 혈관이 손상된 고위험군에게서 급성 심근경색, 이른바 심장마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와 의료계는 과식이 단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와 만성질환 확대로 심혈관 질환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예방의학과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목해야 할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5일 현지 심장 전문의들의 견해를 인용해, 한 번의 폭식도 특정 집단에서는 발작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일회성 과식이 곧바로 심장마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지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혈관 내벽이 이미 손상되고 염증과 플라크가 축적된 사람의 경우 같은 과식이 심장마비의 직접적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버지니아 카이저 퍼머넌스 소속 심장 전문의 아메야 쿨카르니는 가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수준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포화지방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상황이 반복되면 급성 사건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과식과 심장마비의 상관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데이터도 축적돼 있다. 2000년 미국심장협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평소보다 유난히 많이 먹은 후 2시간 동안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최대 4배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05년 이뤄진 17개 연구 메타분석에서도 과식, 정서적 스트레스, 과격한 신체 활동이 심장마비 직전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대표적 유발 인자로 정리됐다. 이는 과식이 단순한 연관성을 넘어 시간적으로도 심장발작 직전 징후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의들은 폭식 직후 인체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적 변화를 핵심 기전으로 제시한다. 포화지방과 가공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한 번에 많이 섭취하면 소화를 위해 혈류가 위장으로 집중적으로 몰린다. 이 과정에서 말초 혈관이 수축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박수와 혈압이 동시에 상승한다. 이미 동맥 내벽에 콜레스테롤 플라크가 축적된 사람의 경우 갑작스러운 혈압 변동과 혈류 속도 증가가 플라크의 파열을 유도하고, 여기에 혈소판이 달라붙어 혈전이 생성되면서 관상동맥이 급격히 막혀 심장근육 일부가 괴사하는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름진 음식 자체가 혈액의 점도를 높이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고지방 식사를 하면 일시적으로 혈액 내 중성지방 농도가 급증하고 혈액이 끈끈해져, 이미 좁아진 혈관에서는 작은 혈전조차 치명적 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당 상태가 잦은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혈관 내피 기능이 이미 떨어져 있고, 자율신경 조절 능력까지 저하된 경우가 많아 폭식 이후 혈압과 심박수의 급격한 요동을 더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이 만성질환자에게 폭식, 격렬한 운동, 눈 치우기 같은 단순 노동까지 공통된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역학 통계는 이러한 위험을 뒷받침한다. 심장병은 현재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로, 미국에서는 약 40초마다 한 번씩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연간 80만 명 이상이 심장마비를 겪고, 이 중 상당수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로 보고된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비만 증가,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확산이 겹치면서 포화지방과 정제 탄수화물 중심의 고칼로리 식사가 만성질환과 급성 심혈관 사건 모두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구조가 고착되는 분위기다.  

 

기술과 정책 측면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정밀의료 분야에 새로운 요구가 제기된다.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헬스 앱이 이미 심박수, 혈압, 활동량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가운데, 식사량과 영양소 구성까지 정밀하게 기록해 폭식 패턴과 심혈관 이벤트 간 상관관계를 AI로 분석하는 서비스 개발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단기간 과식 이후 혈압과 심박 변화를 경고해 주는 예측형 모니터링 기능이나, 심전도 이상 징후 발생 시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스마트워치 연계 솔루션이 예방의학 관점에서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규제와 데이터 활용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심혈관 고위험군의 식습관, 바이탈 사인, 약물 복용 이력 등 민감 정보가 결합된 데이터셋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의 핵심 영역에 속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료정보 비식별화와 2차 활용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치료제와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에 대한 승인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심혈관 질환 예방 중심의 디지털 헬스 서비스가 확대되려면,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틀과 보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생활습관 교정이 1차 방어선이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과식이 잦거나 스스로 식사량 조절이 어렵다면 식사 속도를 늦추고, 포화지방과 가공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과일과 채소 중심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식사 후에는 혈당과 혈압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가벼운 산책 같은 저강도 활동을 습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일수록 폭식, 격렬한 운동,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동시에 겪지 않도록 일상에서 ‘위험 조합’을 피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연구자들은 과식의 심혈관 영향에 대한 대규모 코호트 분석과 디지털 헬스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위험 예측 모델 개발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장 전문의들은 심근경색의 상당수가 예고 없이 발생하지만, 그 이면에는 식습관과 활동 패턴, 스트레스 수준 등 일상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쌓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과식과 심혈관 위험을 연결하는 정량적 지표가 더 정교해질수록, 개인 맞춤형 경고 시스템과 예방 전략이 현실화될 여지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산업계는 이번 경고가 실제 생활습관 변화와 기술 기반 예방 서비스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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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심장마비#기저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