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민주당에도 수천만원 지원 진술"…민중기 특검, 경찰 이첩 늑장 논란
통일교의 정치권 후원을 둘러싼 공방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을 정면 겨냥했다.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지원 의혹과 관련한 내사 사건이 경찰로 이첩됐지만, 수개월간 미루다 뒤늦게 넘겼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9일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진행하던 내사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통해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관련 내사 사건을 오늘 오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특검팀이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특검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에게도 자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명에게 각 수천만원 규모의 금전 지원을 했다고 특검에 말했다는 전언이다. 특검팀은 진술 직후 관련 내용을 내사 차원에서 검토했으나,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본격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은 이달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도 같은 취지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법정에서 2022년 2월 교단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 장관 4명에게 접촉을 시도했고, 이 가운데 2명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직접 만났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시 국회의원 리스트와 함께 이 사실을 모두 말했고 수사보고서에도 적혔는데 왜 증거기록에선 빠졌느냐"고 특검 측에 따져 물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배우자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접촉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1월 22일 생성된 해당 문건에는 여야 정치인 7명의 이름과 함께 이른바 VIP 선물 내역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이 드러나자 특검팀이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국민의힘에 대한 불법 후원 혐의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집중 제기됐다. 특검팀은 실제로 윤 전 본부장과 한학자 총재에게 국민의힘과 권성동 의원에 대한 불법 후원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반면 민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강제수사나 소환조사,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중기 특검팀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지난 8월 관련 진술을 들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규정한 특검법 취지를 고려할 때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은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거듭 강조했다. 수사팀은 시점이 20대 대통령 선거 훨씬 이전이고, 김 여사와도 직접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검팀은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직무유기 논란이 제기되자 윤 전 본부장 진술에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관련 내용을 토대로 사건기록을 작성해 다른 수사기관으로 인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건번호 부여 시점은 지난 11월 초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이 "마냥 손놓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검이 그동안 기소한 사건들을 보면 김건희 여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수사 과정에서 도로교통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 씨의 개인 뇌물 혐의를 포착해 구속기소한 사건이 있다. 또한 김 여사 일가의 이른바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를 김 여사와 무관한 횡령 혐의로 기소한 사례도 지적된다. 이 두 사건 모두 특검법에서 정한 직접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당 정치인 지원 의혹과의 처리 방식 차이가 논쟁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민주당 관련 의혹에 한동안 손을 놓은 사이 공소시효만 흘러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윤 전 본부장 진술에 포함된 2018년 금품 제공 의혹은 올해 말이면 시효 만료에 다다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더라면 처벌 가능성이 남았을 사안"이라며 특검의 늑장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특검팀이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 직후 곧바로 검찰이나 경찰에 사건을 넘겼어야 했다는 지적도 거세다. 편파수사 논란이 본격화된 이후에서야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한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공정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첩된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본격 수사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통일교와 정치권의 자금 거래 의혹을 둘러싸고 특검과 수사기관의 대응을 놓고 한동안 거센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