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역외 위안화 올해 4% 급등”…중국(CN) 환율 방어·증시 랠리, 달러 약세 속 강세 전환 주목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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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일, 글로벌 역외 외환시장에서 중국 역외 위안화가 연초 대비 약 4% 가까이 오르며 5년 만에 가장 견조한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CN) 당국의 환율 방어와 중국 증시 랠리에 더해 미국(USA) 달러화 약세가 겹치면서 위안화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고, 이번 강세가 미중 무역갈등 이후 구조 변화의 신호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0719위안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말 7.3379위안에서 3.6% 절상된 수치로, 명목 기준으로는 연초 이후 약 4% 가까운 상승 폭이다. 역외 위안화는 2020년 6.6%, 2021년 2.2% 상승한 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약세를 보였던 만큼, 올해 흐름은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역외 위안화 올해 약 4% 상승…달러 약세·중국 증시 랠리가 견인
역외 위안화 올해 약 4% 상승…달러 약세·중국 증시 랠리가 견인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들어 일일 고시 환율을 통해 위안화 약세를 일정 수준에서 막는 방향으로 개입 강도를 높여 왔다. 여기에 8월 이후 본격화된 중국 증시 강세장이 해외 자금 유입을 자극하면서 위안화 수요를 키웠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진행된 달러 약세 전환이 위안화 강세를 추가로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위안화 강세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 형성됐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겨냥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자 글로벌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당시 역외 위안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7.42위안까지 떨어지며 급락했다. 위안화는 이후 단기간에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7월까지는 약세 기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8월 들어 환율이 점차 안정을 되찾으면서 역외 위안화는 상승세로 방향을 돌렸다. 중국 증시 랠리와 대외 불확실성 완화가 겹치며 역외 위안화는 7.1위안 안팎에서 강세 폭을 넓혔고, 중국 당국의 고시 환율 방어 기조와 맞물려 시장에 “당국이 과도한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아시아 통화에도 심리적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약세 전환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유로화를 포함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올해 들어 약 7% 하락했다. 뉴욕과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매도세가 확대됐고, 그 여파로 위안화를 비롯한 일부 아시아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르는 흐름이 이어졌다.  

 

올해 위안화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 1차 임기였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초기와 대조된다. 당시에는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묵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연간 기준 5.5% 떨어졌다. 특히 2018년 3월 연중 고점과 9월 저점을 비교하면 위안화의 대달러 가치는 13%가 넘는 폭으로 하락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 시기 중국 경제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정책 대응 여지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현재 중국은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 온 데다,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 등 핵심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 변화가 위안화 정책 운용에 일정한 완충 역할을 하면서, 과거보다 대외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역외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위안화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MUFG 뱅크 홍콩지사의 아시아 마켓 리서치 책임자인 린 리는 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를 심화시키고, 위안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내년 말 역외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95위안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간 역내 위안화 예상 경로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보다 위안화 전망치를 올리면서 12개월 후 역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85위안에 도달할 것으로 제시했고, 이는 달러 약세와 중국 금융시장 안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국제 금융 매체들은 위안화 흐름이 미중 관계와 글로벌 통화 질서에 던지는 함의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2018년 무역전쟁 당시와는 달리 중국이 환율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순위에 두는 모습”이라며 “위안화가 아시아 지역에서 달러 의존도를 다소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위안화 환율 방향은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와 속도, 글로벌 달러 유동성 환경, 중국의 수출 구조 조정 진척도, 중국 증시와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 등에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아시아 외환시장 내 위안화 위상이 한층 강화될 수 있는 동시에, 중국 수출 기업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위안화 강세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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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도널드트럼프#골드만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