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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데이터 제대로 쓰일까”…탈성매매 지원금 논란이 던진 디지털 관리 숙제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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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피해자에게 지급되는 탈성매매 지원금 제도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계기로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일부 수혜자의 ‘유럽 여행 자금’ 언급이 알려지면서 제도의 설계 문제를 넘어, 지원금 사용을 어떻게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할 것인지를 둘러싼 디지털 복지 인프라 논의로 번지는 분위기다. 복지와 사법, 금융 데이터를 연계한 정교한 정보기술 관리 체계가 없으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취약계층 지원 정책이 사회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전 성매매 종사자라고 밝힌 인물이 탈성매매 지원금 감소에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7월부터 지원을 받았고 지난달까지는 620만 원을 받았으나 12월에는 540만 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유럽 여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돈 쓸 일이 많은데 80만 원이나 줄어든 게 크다”, “크리스마스만 보내고 한국에 돌아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적어 논란이 증폭됐다. 집과 차량 대출 상환을 언급하며 “쉬게 할 거면 돈이나 제대로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표현도 사용했다.

탈성매매 지원금은 성매매 피해자가 업소를 떠나 자립할 수 있도록 생계비, 주거비, 직업훈련비, 치료비 등을 일정 기간 지원하는 공적 복지 제도다. 지자체별로 편차가 있지만, 파주시처럼 성매매 집결지 정비와 연계된 곳은 규모가 크다. 파주시는 조례를 통해 탈성매매 의지가 확인된 피해자를 대상으로 최대 3년간 1인당 7180만 원 수준까지 지원한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일반 임금 노동자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어서 제도 설계 당시부터 찬반이 엇갈렸다.

 

현재 대부분의 탈성매매 지원은 상담소와 지자체, 일부 공공기관의 오프라인 심사와 서류 점검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원 대상 선정 시 수사기록과 상담 기록, 의료 자료가 활용되지만, 실시간으로 생활 패턴이나 지출 내역을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시스템은 사실상 없다. 지원 종료 후 재유입 여부를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도 미흡해, 제도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 논쟁은 지원금 사용처 관리의 기술적 공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데이터와 위치 정보, 출입국 기록 등을 결합하면, 지원 기간 중 해외 장기 체류나 성매매 재유입으로 의심되는 패턴을 자동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복지카드나 목적 제한형 계좌를 도입해, 지원금은 주거·식비·교육·의료·직업훈련 등 지정 업종에서만 사용 가능하도록 ‘가맹점 MCC 코드 기반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복지 사기 방지용으로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도입 중인 기술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성매매 피해자 판단과 탈성매매 의지 검증 같은 민감 영역에서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도구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상담 기록, 수사기관 정보, 건강보험 진료 이력, 직업훈련 참여 여부 등을 비식별·통합하면, 단순 자기신고가 아닌 ‘위험도·회복도 스코어링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지만, 해외에서는 특정 복지제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 분석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이런 기술 도입은 곧바로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문제를 동반한다. 성매매 피해자는 범죄와 폭력, 트라우마에 노출된 고위험군이어서, 위치와 소비 패턴까지 추적하는 방식은 ‘디지털 감시 강화’로 비칠 수 있다.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처럼, 목적 제한과 최소 수집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알고리즘이 특정 집단을 차별하지 않는지 검증하기 위한 ‘AI 거버넌스’ 체계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복지 데이터 인프라와 알고리즘 감독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아동수당, 기초생활보장, 장애인 활동지원 등 다른 복지 분야에서도, 디지털 행정 전환 과정에서 사각지대 축소와 사후 검증 고도화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특정 사례를 이유로 지원 자체를 축소하기보다, IT 기술을 활용해 ‘목적 외 사용’과 ‘재유입 패턴’을 정밀하게 탐지하고, 상담·교육·취업 연계를 더 촘촘히 연결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성매매업 종사자가 무슨 피해자냐”, “월 620만 원이면 억대 연봉 수준인데 성실한 노동자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 “지원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 등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 신뢰를 잃은 복지제도는 정치적 공세의 대상이 되기 쉽고, 결국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계층이 타격을 받게 된다. 복지 행정에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투명하고 정교하게 접목하느냐가, 취약계층 보호와 제도에 대한 시민 신뢰를 동시에 지키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와 공공 부문은 이번 논란이 데이터 기반 복지 관리 인프라를 재설계할 계기가 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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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매매지원금#파주시#디지털복지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