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허망한 망상”…북한, 이재명 대통령 실명 비난하며 강경 메시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다시 정치적 충돌 지점으로 부상했다.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기간 ‘비핵화 협력’ 언급을 강하게 비난하며, 남북 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일방 발언을 내놓지 않은 미국과 달리 북한은 공식 논평을 통해 노골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비핵화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아직도 헛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은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의 입장은 절대불변”이라며, 영구적으로 핵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논평에서 북한은 “국가의 모든 주권을 미국에 고스란히 섬겨바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정치적 가난뱅이”라고 한국을 조롱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비핵화 추진을 두고 “비핵화망상증을 유전병처럼 계속 달고 있다면 한국은 물론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는 “외부의 적대적 위협과 세계 안보 구도를 반영한 필연적 선택”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한반도 정치군사 환경 변화 없이는 핵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묘사한 것도 거론됐다. 북한은 “우리를 심히 모독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3조를 언급하며 “한국은 원래부터 철저한 적대국”이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정권 역시 반공화국 기조에서 변화가 없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대통령 집권 초 대화 의지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대결광의 정체를 드러냈다”고도 비난했다.

이번 논평은 이재명 대통령의 ‘비핵화’ 발언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등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북미 대화 의지는 거론되지 않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해당 논평은 실리지 않아,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유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정면 비난을 피하며, 한국과 미국을 분리 대응하려는 신호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트럼프의 러브콜에 무반응은 미국에 먼저 분위기 조성을 요구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검토는 진행하되, 대외적으로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 조건을 요구하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 한국도 체제를 따르고 비핵화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 지칭하며 “억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관리할 수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대화 의지도 강조했다.

이날 국회는 남북 대치 국면에서 북한의 강경 발언과 대통령의 비핵화 발언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정치권은 북핵 해법과 대미 전략을 두고 정면 충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향후 한미공조 하에 북핵 대응 정책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