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시일 내 금리 조정 가능”…미 연준 신호에 뉴욕증시 반등, AI 버블 논쟁 속 서학개미는 방어 강화
21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 신호와 행정부의 규제 완화 검토 소식에 힘입어 일제히 반등했다. 이번 움직임은 10월 이후 이어진 기술주 조정과 인공지능(AI) 고평가 논쟁 속에서 나타난 반등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와 한국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0.98% 오른 6,602.9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88% 상승한 22,273.08에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8% 뛰어 46,245.56을 기록했다. 전 업종이 동반 상승했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헬스케어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한 반등을 보이며 특정 섹터 쏠림보다는 폭넓은 위험자산 선호 회복 양상이 나타났다. 변동성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1% 넘게 하락해, 전날 급격히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상당 부분 가라앉았음을 시사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22/1763768177775_467668526.jpg)
이번 반등의 직접적 계기는 연준과 행정부에서 동시에 나온 완화 신호였다.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중앙은행 100주년 기념 회의 연설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중립 수준에 더 가깝게 옮기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연준 의장의 핵심 참모로 여겨지는 뉴욕 연은 총재 입에서 완화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나온 만큼, 시장에서는 연준이 필요 시 다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른바 ‘연준 풋’이 작동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기대는 즉각 반영됐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하루 만에 39.1%에서 71.5%로 급등했다. 미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이 다시 지지선을 찾았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 GPU ‘H200’ 일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더해지며, AI·반도체 업종 전반에는 정책 리스크 완화 기대가 형성됐다. 중앙은행과 행정부가 동시에 완화적 메시지를 던지는 ‘양대 풋’ 조합이 형성되면서 장 초반부터 위험선호가 강화됐다.
다만, AI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렸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는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내놨음에도, 주가는 장중 4% 넘게 밀렸다가 낙폭을 대부분 만회해 0.97% 하락 마감했다. AI 데이터센터용 설비투자 규모가 급증한 반면, 실제 수익 창출 속도가 그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11월 내내 조정 압력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GMO의 벤 인커는 AI 테마를 “가격도 너무 높고 투기적 움직임도 뚜렷한 전형적인 거품처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당장 현재 밸류에이션을 전면 부정하기에는 실제 수요와 이익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기술주들의 엇갈린 주가 흐름도 이런 미묘한 균형을 반영한다. 알파벳 A는 3.56% 급등했고 애플도 1.97% 올랐다. 아마존과 메타 플랫폼스 역시 1%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해 플랫폼·커머스·광고 중심의 성장주가 시장을 견인했다. 반면, 테슬라는 1.05%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1.29% 떨어져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내부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 퀄컴, 인텔이 2~3%대 반등을 기록했지만, AMD는 1% 넘게 하락해 일부 고평가 성장주에 대한 피로감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최근 1개월간 흐름을 보면 이런 괴리는 더욱 두드러진다. 엔비디아는 10월 말 단기 반등 이후 11월 들어 다시 180달러 안팎으로 밀렸고, 테슬라는 400달러 후반에서 300달러 후반대로 되돌려지는 등 변동성이 극심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완만한 조정을 보이는 데 그쳤지만, 개별 성장주의 등락 폭은 훨씬 컸다. AI, 전기차, 플랫폼 등 공통의 성장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각 기업의 실적, 정책 노출도, 투자심리 차이에 따라 주가 경로가 크게 갈리는 양상이다.
한국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의 움직임은 보다 방어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 11월 2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2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환율 수준 자체가 여전히 높은 만큼 달러 자산 비중 조정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국면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1월 20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종목 보관금액 합계는 160조 459억원으로 이전 집계일보다 8조 2,831억원 줄었다. 집계상 하루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11월 조정 구간에서 서학개미 자금이 점진적으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목별로는 변동성이 큰 성장주에서의 축소가 두드러진다. 테슬라 보관액은 36조 1,312억원으로 8,351억원 줄었고, 같은 날 주가도 1.05% 하락했다. 엔비디아 보관액은 24조 9,418억원으로 7,982억원 감소했고, 주가 역시 0.96% 내렸다. 팔란티어 테크도 보관액이 5,542억원 줄며 AI·데이터 분석 테마 전반에 대한 피로감을 반영했다. 가격 하락과 보관금액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전형적인 디레버리징 패턴이다.
반대로 알파벳 A와 애플에서는 주가 상승에도 보관금액이 소폭 줄어드는 ‘상단 트리밍’ 조정이 확인됐다. 알파벳 A는 3.56% 급등했지만 보관액 감소 폭은 382억원에 그쳤고, 애플도 1.97% 상승하는 동안 보관액이 69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대표 지수 ETF인 인베스코 QQQ, 뱅가드 S&P 500 ETF, SPDR S&P 500 ETF에서도 보관금액 감소와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 공격적 매도가 아닌 이익 실현과 위험 관리 차원의 부분 축소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서는 보다 과감한 포지션 축소가 진행됐다.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등 고위험 상품들은 보관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일부는 주가가 오르기까지 했다. 단기 반등 국면에서도 서학개미들이 레버리지 노출부터 우선적으로 축소하며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 디렉시온 20년 이상 미국 국채 강세 3배 레버리지 ETF,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만기 미국 국채 ETF 등 국채 관련 상품 보관액은 증가해, 변동성이 큰 성장주에서 채권·현금성 자산으로 자금 일부가 이동하는 흐름이 포착된다.
상위 50종목 기준 보관금액 추이를 11월 초부터 살펴보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11월 3일 187.1조원이던 상위 50종목 보관금액 합계는 중순 이후 단계적으로 낮아져 20일에는 160조원까지 내려왔다. 반등 구간에서도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된 점은, 서학개미가 조정 국면에서 공격적으로 재매수에 나서기보다 선택적·선별적 매수에 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소형 종목과 기타 파생상품까지 감안하면 실제 위험노출 조정 폭은 통계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연간 흐름을 보면 미국 증시에 대한 한국 투자자들의 구조적 선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025년 미국 증시 보관금액 총액은 1~3월 한때 140조원대까지 줄었지만, 4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10월에는 250조원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월 현재 총액은 215조 2,724억원으로 전월 대비 14%가량 감소했지만, 상반기 대부분 월보다 높은 수준이다. AI 장세 조정과 금리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시장 비중 확대 기조 자체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증시는 여전히 AI 혁신과 달러 자산 선호의 중심축으로 평가된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반등을 단순한 기술적 랠리가 아니라, AI 주도 장세에 대한 재평가 과정 속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균형 회복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평화 협상 기대와 난항 보도가 국제유가와 위험자산 심리에 교차 영향을 미치면서, 지정학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AI 관련 기업들의 실제 이익 성장,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기술 수출 통제 정책 등이 향후 뉴욕증시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특정 빅테크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줄이고, 섹터·시가총액·자산군을 아우르는 분산 전략으로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준의 완화 신호와 AI 성장 스토리가 앞으로 미국 증시와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