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4,110선으로 하락 전환…기관 7,700억 매도에 환율 1,473원 상승 마감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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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상승 흐름을 뒤집고 4,110선으로 밀리며 하락 마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의 완화적 발언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는 듯했지만, 미국 오라클 부진 실적과 동북아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 향후 증시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38포인트0.59퍼센트 내린 4,110.62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28.32포인트0.68퍼센트 오른 4,163.32로 출발해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 성향 발언을 반영하며 4,160선을 중심으로 등락했으나, 오전 11시를 전후해 상승 폭을 줄이기 시작해 낮 12시 16분께 4,103.20까지 밀리며 약세 흐름으로 돌아섰다.

코스피 4,110선 하락 마감…기관 7천7백억 매도·원/달러 1,473원 상승
코스피 4,110선 하락 마감…기관 7천7백억 매도·원/달러 1,473원 상승

수급 측면에서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7,712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약세를 주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462억 원, 4,039억 원을 순매수하며 기관 매물을 받아냈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기관은 2,170억 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880억 원, 1,118억 원을 순매수해 현물과 비슷한 매매 패턴을 보였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6원 오른 1,473.0원에 형성됐다. 장중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보도가 전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달러 강세가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 흐름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연동되는 양상도 함께 나타났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5퍼센트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67퍼센트, 0.33퍼센트 상승했다. 미국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퍼센트로 25bp인하했다. 결정문에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고려함에 있어라는 표현이 포함돼 시장 일각에서 매파적 인식이 제기됐다.

 

다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지금은 중립금리 범위 안, 그중에서도 상단에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더 무게를 두며 당초에는 위험자산 선호 회복을 시도했지만, 장중 들어 아시아 주요 증시와 코스피 모두 하락 전환해 투자심리 개선 효과는 제한된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특히 미국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2분기9∼11월 실적 부진에 주목했다. 오라클이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자본지출 계획을 상향 조정하면서 인공지능 산업 거품 논란이 다시 부각됐다.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AI 대표주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국내 반도체·IT 관련주의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정학 리스크도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핵탑재 가능 B-52 폭격기 2대가 중러 연합군사훈련 이후 억지력 과시를 위해 일본 자위대 전투기와 함께 동해 상공을 비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고 한국 증시가 하락 전환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다만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은 대체로 단기에 그친 만큼, 향후에는 외환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움직임과 함께 글로벌 금리 경로, AI 관련 대형 기술주의 실적 방향을 동시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형주 가운데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0.65퍼센트 내린 10만7,3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1만500원까지 올라 이른바 11만전자 수준을 회복했지만,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 악화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경고종목 지정 부담까지 겹치며 전 거래일 대비 3.75퍼센트 떨어진 56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AI 관련 글로벌 불확실성이 국내 대표 반도체주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물산은 1.82퍼센트 오르며 강세를 보였고, LG에너지솔루션과 두산에너빌리티, 셀트리온도 각각 1.02퍼센트, 0.65퍼센트, 0.54퍼센트 상승했다. 반면 SK스퀘어는 5.09퍼센트 하락했고, 현대차는 2.31퍼센트, HD현대중공업은 2.10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6퍼센트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보험 업종이 8.04퍼센트 급등해 강세를 이끌었다. 비금속이 4.16퍼센트, 건설이 2.02퍼센트, 섬유·의류가 1.56퍼센트, 유통이 1.48퍼센트, 운송·창고가 1.14퍼센트 오르며 상승세에 동참했다. 반면 전기·가스 업종은 1.64퍼센트 내렸고, 운송장비·부품은 1.46퍼센트, 전기·전자는 1.40퍼센트, 화학은 1.22퍼센트 하락해 업종 간 차별화가 뚜렷했다.

 

코스닥 지수도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0.36포인트0.04퍼센트 내린 934.64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5.59포인트0.60퍼센트 오른 940.59로 출발했으나, 장중 한때 929.56까지 밀린 뒤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코스피 대비 하락 폭은 제한된 모습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은 362억 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56억 원, 492억 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로보티즈와 리노공업은 각각 6.16퍼센트, 1.10퍼센트 상승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에코프로는 3.42퍼센트 하락했고, 에이비엘바이오와 에코프로비엠, 펩트론도 각각 3.30퍼센트, 3.18퍼센트, 2.85퍼센트 떨어지며 비교적 큰 조정을 받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20조9,73억 원,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10조8,533억 원으로 집계돼 합산 31조 원대를 기록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정규마켓을 합한 거래대금은 5조8,107억 원 수준이었다. 풍부한 거래대금 속에 수급과 뉴스에 따른 단기 매매가 집중되며 지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미국 추가 금리 인하 경로, AI 수혜주 실적 방향,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 전개 양상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수급 흐름은 환율과 글로벌 증시 동향 등 대외 변수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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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제롬파월#오라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