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SO 20022 도입이 결제 지형 바꿀 것”…SWIFT, 리플 XRP 연동 테스트에 시장 촉각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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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9일, 글로벌 금융 메시징 표준을 관장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ISO 20022 전환과 관련한 기술 사양이 주목을 받으면서, 리플의 암호화폐 리플 XRP(엑스알피)와의 연동 테스트 논의가 국제 금융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흐름은 전 세계 규제 은행의 대다수가 새로운 메시징 표준을 도입하는 전환점에서 나와, 전통 금융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의 접점을 둘러싼 논쟁을 자극하고 있다.

 

데일리코인(DailyCoin)에 따르면 SWIFT는 전 세계 규제 은행의 약 90%가 ISO 20022 글로벌 메시징 표준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도는 SWIFT의 기술 사양 문서에 리플 XRP 기반 네트워크가 테스트 환경 구성에 포함된 구조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현지시각 기준 최근 공개된 설명 자료에서 R3 코다(Corda) 생태계 화면에 SWIFT와 리플이 나란히 배치된 사례가 소개되면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양측의 연동 모델이 실제 백엔드 인프라 구현 단계에 접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SWIFT ISO20022 추진 속 리플 XRP(엑스알피) 연동 가능성 부각
SWIFT ISO20022 추진 속 리플 XRP(엑스알피) 연동 가능성 부각

ISO 20022 전환의 핵심 목표는 글로벌 금융 메시징의 표준화와 데이터 구조의 정교화를 통해 결제·정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번 표준은 기존 SWIFT MT 방식보다 더 많은 정보를 구조화해 담을 수 있어, 자금세탁방지(AML), 제재 심사,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ISO 20022와 구조적으로 호환성이 높은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주목을 받는 양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리플 XRP, 헤데라(HBAR), 스텔라 루멘(XLM), 알고랜드(ALGO) 등 일부 주요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ISO 20022 관련 법적 절차와 등록을 관리하는 Registration Management Group(RMG)에 포함된 형태로 거론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근거로, SWIFT 표준 아래에서 전통 금융 메시징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상호운용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과 글로벌 은행권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SWIFT 인프라와 리플 네트워크의 연동 가능성은 특히 글로벌 은행 및 금융서비스 기업들의 블록체인 도입 속도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데일리코인 보도는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CEO 발언을 인용해, SWIFT가 담당하는 연간 약 155조 달러 규모의 국제 금융 거래 가운데 최대 14%를 리플이 점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갈링하우스 CEO는 그간 각국 은행·결제업체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강조해 왔으며, 리플이 이미 300건 이상 전통 금융기관(TradFi)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USA)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인식도 리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규제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경우, 일부 은행과 결제 사업자들이 리플 XRP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 솔루션을 보다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ISO 20022 전환이 사실상 불가피한 글로벌 표준 변화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기존 메시징 인프라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동시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맞물린다.

 

다만 외신 보도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면, SWIFT와 리플 XRP의 실제 연동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 SWIFT 측은 디지털 자산과의 상호운용성 테스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지만, 특정 프로젝트와의 독점적 제휴나 상용화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테스트 단계의 성숙도, 실제 적용 범위, 보안·규제 검증 절차 등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 결제망의 핵심 인프라를 바꾸는 사안인 만큼,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각국 규제기관과 중앙은행의 승인이 필수다.

 

또한 ISO 20022 채택 확대와 블록체인 네트워크 도입이 동일한 속도로 진행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SO 20022는 메시징 표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실제 자금 정산과 원장 관리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이다. 많은 은행이 일단 기존 계정계 시스템과 중앙집중식 원장을 유지한 채, 메시지 포맷만 새 표준으로 바꾸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블록체인 연동은 중장기 옵션으로 남게 된다.

 

암호화폐 간 경쟁 구도, 글로벌 유동성 여건, 각국의 규제 방향, 은행권의 리스크 선호도 역시 결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EU) 규제 당국이 스테이블코인과 증권형 토큰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은행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자산을 대규모로 채택하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 반대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가 ISO 20022와 연계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경우, 민간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보조적 역할로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국제 여론과 주요 매체 보도는 이 사안을 신중한 기대와 경계의 시각으로 동시에 다루고 있다. 일부 금융 전문 매체는 ISO 20022 전환을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세대교체”라고 규정하면서, 블록체인과의 상호운용성이 향후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매체들은 SWIFT와 리플의 연동 가능성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경계하며, “테스트 환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상용 채택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업계 전문가 의견을 인용했다.

 

갈링하우스 CEO가 언급한 14% 점유율 전망도 조건부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평가가 다수다. 시장 변동성, 정책 리스크, 기술 구현 과정에서의 보안·규모 확장 문제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제재, 자금세탁방지 규정, 각국의 암호화폐 세제와 회계 처리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형 은행들이 위험 노출을 우려해 대규모 상용화를 미루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결제·정산 시장이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술 전환을 가속하는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시간 결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국경 간 소액 결제와 이자율 차익 거래, 자산 토큰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하면서, 전통 금융기관은 기존 인프라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가 후보군으로 부상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전망은 SWIFT가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테스트 결과를 어떤 시점에, 어떤 수준의 투명성으로 공개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성공적인 검증이 이루어질 경우 리플 XRP를 포함한 일부 프로젝트와의 연동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지만, 기술적·규제적 검토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표준 전환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블록체인 활용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장될지, 특정 영역에 한정될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ISO 20022 전환과 블록체인 도입이 글로벌 결제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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