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배송 사망, 산업재해로 봐야"…김영훈 노동장관, 국회 청문회서 인정 취지 답변
택배노동자의 사망을 둘러싼 산업재해 여부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인사관리 관행을 놓고 국회와 정부, 기업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새벽배송 과정에서 숨진 고 오승용 씨 사건을 계기로 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고 오승용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업재해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김 장관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질의에 "산업재해에 해당함이 상당하다 보인다"고 답했다.

고 오승용 씨는 쿠팡 협력업체 소속 택배기사로, 지난달 10일 오전 2시 10분께 제주시 오라2동 한 도로에서 1t 트럭을 운전하다 전신주를 들이받아 중상을 입었고, 같은 날 오후 3시 10분께 숨졌다. 새벽배송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였다.
국회 청문회에는 오 씨 유족도 방청인으로 참석해 쿠팡 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족은 "장례식장에 쿠팡 직원이 1명도 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연락조차 없이 묵인하고 있다. 사과하는 게 힘드냐"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사고 이후 원청 기업의 책임 있는 대응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헤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유족을 향해 "정말로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재 인정과 보상 문제를 묻는 질의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만 답하며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 일각에서는 "사과는 하지만 책임은 미루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고 오승용 씨 사건과 함께 쿠팡 내부 인사관리제도와 저성과자 퇴출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인사평가와 성과개선계획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쿠팡이 인사관리제도를 이용해 저성과자를 퇴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직원 개인의 성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4단계 인사관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등급은 탑티어, 하이밸류 플러스, 하이밸류, 리스트 이펙티브로 나뉘며, 하위 10%에 해당하는 리스트 이펙티브 등급을 받으면 성과개선계획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일부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과도한 과제 부과와 압박이 이뤄지고, 프로그램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퇴사 압력이 가해진다고 주장해 왔다.
안 의원은 "쿠팡에 리스트 이펙티브 저성과자 평가 제도가 있나"라고 질의했고, 로저스 대표는 "성과 측정시스템이 있고,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법령에 맞게 성과개선계획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운영 실태와 내부 지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 의원은 노동부 자료 등을 근거로 "성과개선계획 대상자의 30%가 권고사직, 19%가 전보·감봉 등 불이익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저성과자 퇴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성과개선계획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쿠팡 인사관리제도의 위법 가능성을 언급하며 실태 확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청문회에서 "인사관리제도는 합리적 기준이 있어야 하고, 정당한 직무 전환 기회 등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쿠팡 인사관리제도가 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태 확인을 통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조치 등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재해 여부와 관련해 김영훈 장관의 발언은 향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 인정 절차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플랫폼 노동, 특히 새벽배송과 택배 업무를 둘러싼 과로·과속·위험노출 문제는 이미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족 측이 산재 신청과 보상 요구를 본격화하고 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할 경우, 쿠팡과 협력업체의 안전관리 책임 범위와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청문회를 통해 쿠팡의 개인정보 보호, 공정거래, 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질의를 이어가며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도적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야는 고 오승용 씨 사망 사건과 인사관리제도 논란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 입법과 노동관계 법령 정비 여부를 두고 추가 논의를 예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 오승용 씨 사고의 산업재해 해당 여부와 쿠팡 인사제도 운영 실태를 조사한 뒤 필요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도 청문회에서 드러난 쟁점을 바탕으로 상임위를 중심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입법 보완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