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무릎통증 줄일까”…의료계, 정밀운동데이터 주목
러닝 인구가 급증하면서 무릎 부상을 줄이기 위한 정밀 운동데이터 활용이 의료·스포츠테크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러닝은 심폐 기능 강화와 체중 관리에 효과적이지만, 달릴 때 무릎에는 체중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충격이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의료계와 IT 기업은 이러한 부하를 수치로 계측하고 패턴을 분석해 부상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러닝 정보를 단순 기록하던 수준을 넘어, 개개인의 관절 상태와 주법을 반영한 ‘데이터 기반 맞춤형 러닝 처방’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스포츠웨어러블 기업과 정형외과 병원들은 관절 가속도, 지면반발력 추정값, 보폭, 케이던스 등 러닝 관련 바이오메트릭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GPS와 심박센서에 더해 신발 안풋센서, 허벅지·종아리 부착 관성측정장치 IMU가 결합된 디바이스를 활용해, 러닝 한 걸음마다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량과 회전력 토크를 정량화하는 방식이다. 일부 시스템은 달리기 속도와 피로도에 따른 주법 변화까지 시계열 데이터로 축적해 무릎 스트레스가 급증하는 구간을 자동으로 표시한다.

기존에는 러닝 전후 스트레칭, 적절한 보폭 유지, 미드풋 착지 등 ‘정석 가이드’에 의존했다면, 데이터 기반 접근은 개인별 관절 구조와 근력 차이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같은 거리와 속도로 달리더라도 체중, 체지방률, 대퇴사두근·둔근 근력에 따라 슬개대퇴관절 앞무릎 통증 발생 위험이 크게 달라진다. 정밀운동데이터 플랫폼은 이 같은 요인을 통합해 ‘하루 5km, 주 3회’처럼 일괄적인 권장이 아니라, ‘현재 근력 기준 안전 러닝 시간 18분, 경사도 2퍼센트 이하 권장’과 같이 세분된 처방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AI 기반 러닝 분석 서비스는 달리기 자세 교정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 영상으로 상·하지 관절의 각도 변화를 추적하는 컴퓨터비전 알고리즘이, 힐스트라이크 비율, 골반 좌우 흔들림, 무릎 내반·외반 각도 등을 자동 추출한다. 기존 수기 관찰 대비 분석 정확도가 높고, 수천 명 러너의 부상 이력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이 ‘향후 6개월 내 무릎 통증 발생 가능성’을 위험도 지수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특정 패턴의 과도한 발뒤꿈치 착지와 과신전 동작이 반복되면 거골하관절 및 무릎 연골에 누적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조기에 교정하는 디지털 코칭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러너 대상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활발하다. 미국과 유럽 스타트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러닝 분석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의 러닝 로그를 의료진과 공유하고, 정형외과 전문의가 데이터에 기반해 재활 프로토콜과 운동량 조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서비스는 사용자 동의를 전제로 관절 부상 데이터를 익명화해 AI 학습데이터로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러닝화의 쿠셔닝·안정성 설계를 최적화하는 연구도 병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대학병원 스포츠의학센터와 IT 기업이 협력해 러닝 중 관절 부하 측정과 맞춤형 스트레칭·근력운동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러나 데이터 확보와 활용을 둘러싼 규제와 윤리 이슈도 적지 않다. 관절 상태, 보행 패턴, 운동 습관 정보는 개인의 건강 특성을 드러내는 민감한 헬스데이터에 해당한다. 수집·저장·분석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 관련 규제를 충족해야 하며, 사용 목적과 데이터 보관 기간, 제3자 제공 범위를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의료 영역과 연계되는 서비스의 경우, 의료법과 의료기기법상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SaMD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대상 여부 판단이 필수다. 데이터 기반 운동 처방이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마케팅에 활용될 경우, 소비자와 환자 보호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 임상 지식의 결합이 관건으로 꼽힌다. 러닝 전후 준비운동과 체계적인 스트레칭, 점진적인 운동 강도 조절 등 기본 원칙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예방 수단이다. 여기에 웨어러블과 AI 분석을 더해 개개인의 관절 컨디션과 주법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운동량을 줄이고 필요한 근력 강화 운동을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형외과와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향후 러닝 부상 관리 패러다임이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 운동 처방’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이 실제 진료와 러닝 현장에 얼마나 깊이 안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