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IL-2 면역항암제 HM16390…한미약품, 글로벌 임상 순항
차세대 IL2 기반 면역조절 기술이 항암제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미약품이 자체 플랫폼으로 설계한 면역조절 항암신약 후보 HM16390가 전임상에서 악성 종양 완전관해를 유도하고, 글로벌 임상 1상에서도 계획대로 진행되면서다. 기존 고용량 IL2 치료제가 심각한 전신 독성으로 활용이 제한된 가운데, 종양 특이적 면역 활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 면역항암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한미약품은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5일부터 9일까지 열린 면역항암학회 SITC에서 랩스 IL2 아날로그 HM16390의 전임상 데이터와 초기 임상 경과를 포함한 4건의 연구를 포스터로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HM16390는 전임상 종양 모델에서 종양이 모두 소실되는 완전관해를 다수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 대상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HM16390는 인터루킨2를 새롭게 디자인한 차세대 IL2 결합체 기반 면역항암제다. 인터루킨2는 T세포 등 면역세포의 분화와 증식을 촉진하는 대표 사이토카인이지만, 기존 유전자 재조합 IL2 제제는 혈관누출 증후군과 사이토카인방출 증후군 같은 중증 부작용으로 인해 실제 사용이 제한돼 왔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려 한 기존 차세대 IL2 후보들은 전신 노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전략에 집중했지만, 충분한 항종양 효능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한계를 자체 장기지속형 플랫폼 랩스커버리 기술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HM16390에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체내 반감기를 늘려 항암 약물 치료 주기당 1회 피하 투여만으로도 지속적인 면역 자극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수용체 결합 특성 자체를 재구성해 안전성과 효능 간 균형을 노렸다.
핵심은 IL2 베타 수용체와 알파 수용체 결합력 조절이다. 한미약품은 HM16390를 통해 베타 수용체 결합력을 강화해 종양 미세환경에서 CD8 T세포 중심의 항종양 면역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알파 수용체 결합력을 정밀 조정해 과도한 전신 면역 활성화에 따른 독성을 줄이는 이중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후보들이 알파 수용체 결합을 극단적으로 줄여 부작용은 낮추되 T세포 활성도 함께 감소시켰던 것과 대비되는 접근이다.
이번 SITC 발표에서 한미약품은 HM16390의 알파 수용체 결합 특성이 실제로 전신 독성 완화에 기여하는 기전을 제시했다. Treg 결핍 모델 전임상 실험 결과, HM16390는 종양 조직이 아닌 혈중에서만 조절 T세포 Treg를 일시적이고 선택적으로 증가시키는 패턴을 보였다. 회사는 이를 통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혈액 단계에서 완충해 전신 독성을 억제하면서, 종양 미세환경에서는 항종양 T세포 반응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이 다른 변이체와의 직접 비교도 이뤄졌다. IL2 알파 수용체 결합력이 결여된 변이체 대비 HM16390를 투여했을 때에만 종양 특이적 CD8 T세포 TST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들 T세포의 상당수는 활성화 표지자인 PD1을 발현하는 특징을 보여, 실제 종양 인지와 공격 기능을 수행할 준비가 된 세포 집단으로 해석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데이터가 알파 수용체 결합이 안전성뿐 아니라 항종양 효능에도 기여한다는 근거라고 강조했다.
응용 측면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전략이 핵심 축이다. 한미약품은 MSD의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을 염두에 두고, HM16390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면역반응 바이오마커 발굴 연구도 병행했다. 약 9개 암종에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 약 5000명의 혈액 및 종양 조직 전사체 데이터와 5개 암종 환자 약 600명의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 IL2 관련 면역 신호 경로와 T세포 특성이 PD1 억제제 반응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같은 대규모 다중오믹스 데이터 기반 분석은 향후 HM16390 단독 또는 키트루다 병용 투여 시 반응이 잘 나올 환자군을 선별하고, 비반응군을 조기에 구분하는 정밀의료 전략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PD1을 발현하는 종양 특이적 CD8 T세포가 HM16390에서 유의하게 증가한 점은, PD1 표적 항체와의 기전적 시너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될 수 있어 글로벌 면역항암제 조합 포트폴리오 경쟁 속에서 차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임상 개발은 현재 글로벌 1상 단계로,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HM16390 단독 투여 및 키트루다 병용 투여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을 평가 중이다. 현재는 단독 투여군의 용량 증량 파트가 진행 중이며, 회사는 내년 상반기 중 키트루다 병용 투여군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상에서 용량과 안전성이 정교하게 확보될 경우, 이후 특정 암종을 타깃으로 한 확증 임상 설계에서도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 전략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차세대 IL2 계열 면역조절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유럽 바이오텍들이 다양한 변형 IL2와 사이토카인 퓨전 단백질 후보를 임상 단계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반 지속형 제형과 수용체 결합 기전 차별화, 동반 바이오마커 전략을 앞세워 경쟁 구도에 뛰어들었다. 특히 항암 면역 반응을 강화하면서도 투여 주기를 줄여 환자 편의성을 높인 피하 주사 제형은, 병원 외 투약 환경을 확장하는 디지털 헬스와의 연계 가능성도 열어둔다.
규제 측면에서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면역조절제 특성상 안전성 데이터 축적이 승인 과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혈관누출 증후군, 전신 염증 반응 등 기존 고용량 IL2 사용에서 문제였던 독성 신호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 또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 전략이 실제 임상현장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가 각국 규제 당국의 평가 포인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HM16390는 다양한 암종에서 폭넓은 치료 범위를 확보할 뿐 아니라 강력한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만큼 유망한 면역항암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차세대 IL2 기술이 PD1·PDL1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면역항암제 시장에 구조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을지, 실제 임상 성적표와 규제 당국 평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