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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잡고 고구마 캐고”…들판에서 만나는 가족의 가을 추억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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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판을 달리는 가족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농사일로만 여겨지던 땅과 들이, 이제는 도시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가족들의 추억 만들기 장소가 됐다. 사소한 체험이지만, 그 안엔 자연에 대한 경외와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에서 열리는 ‘성주가야산황금들녘메뚜기축제’가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특별한 이틀을 예고한다. 청정 가야산 자락과 대가천변을 곁에 둔 축제 현장에서는 메뚜기잡이, 고구마캐기, 사과낚시, 메기잡이 등 농촌의 소소한 일상들이 그대로 펼쳐진다. 한마음가래떡뽑기, 보물 캡슐찾기, 마임과 저글링 공연, 박터트리기, 릴레이 달리기 같은 프로그램도 뒤를 잇는다. 현장을 찾은 이들은 풀섶을 헤치고 메뚜기를 쫓고, 갓 뽑은 고구마 흙냄새에 웃음을 터뜨린다.

메뚜기잡이부터 고구마캐기까지…‘성주가야산황금들녘메뚜기축제’ 경북 성주에서 열린다
메뚜기잡이부터 고구마캐기까지…‘성주가야산황금들녘메뚜기축제’ 경북 성주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통계와 현장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체험형 농촌 축제를 찾는 가족이 꾸준히 늘었고, 코로나 이후 야외에서 자연을 만끽하려는 도시민의 발걸음이 다시 들녘으로 향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토양의 감촉, 잡초 냄새, 낯선 벌레들과의 만남이 아이들의 감각을 일깨운다”며 “가족이 함께 땀을 흘리며 이웃과 어울리는 순간이 오래 남는 추억이 된다”고 느꼈다.

 

커뮤니티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메뚜기를 직접 잡아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고구마를 땅에서 캐니까 엄청 뿌듯했다”는 기쁨부터, “아이보다 내가 더 동심에 빠졌다”는 엄마 아빠들의 후기도 이어졌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한 가족은 “핸드폰을 내려두고 밖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게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 같다”고 고백했다.

 

푸드트럭과 특산물 장터, 메뚜기빵과 지역 농산물 시식은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그만큼 땅의 소중함, 제철의 맛,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농촌 축제는 단지 재미있는 하루가 아니라, 도시에선 잊기 쉬운 자연의 결과 공동체라는 삶의 리듬을 되새긴다.

 

작고 사소한 농촌 체험이지만, 우리 가족의 일상은 그 안에서 조금씩 건강하고 풍요로워진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다시 꺼내보고 싶은 어릴 적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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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가야산황금들녘메뚜기축제#성주군#농촌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