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다"…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포 이모씨 구속영장 청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이른바 주포로 지목된 이모씨에 대한 구속 여부가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공범 여부, 이른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의 연결고리까지 걸려 있어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 인물인 이씨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2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심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소병진 부장판사가 담당한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1차 작전 시기인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까지 이뤄진 작전의 주된 설계자이자 실행 축으로 지목돼 왔다.

특검팀은 이씨가 김건희 여사와 함께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1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당시 김 여사의 증권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에게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소개해 준 사람으로도 지목돼 있어, 세 사람을 잇는 고리로 특검 수사의 핵심에 서 있다. 전성배씨는 별건 사건으로 이미 구속기소 상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는 이씨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이후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7일 재판에선 2012년 10월께 두 사람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증거로 제시됐다.

메시지에서 이씨는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 할 말 못하는데 내 이름을 다 노출하면 다 뭐가 돼. 김00이가 내 이름 알고 있어.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이 대화가 두 사람 간 관계와 도이치모터스 관련 인식 등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먼저 수사한 검찰은 이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민중기 특검팀은 이씨가 차명 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특검 출범 이후 그를 대상으로 재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씨는 수사 과정에서 도주까지 시도했다. 지난달 17일 특검팀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현장에서 달아난 뒤 잠적했으며, 이후 34일 동안 소재를 숨겨 왔다. 특검팀은 잠복과 추적을 이어가다 지난 20일 충청북도 충주시 국도변 휴게소 인근에서 이씨를 체포했다.

특검팀 설명에 따르면 이씨는 친형이 마련한 농막에서 숨어 지내며 생활해 왔다. 그는 식음료를 구입하기 위해 인근 휴게소에 들렀다가 주변에 잠복 중이던 수사팀에 의해 신병이 확보됐다.

정치권에선 이미 구속기소 된 김 여사 사건과 특검 수사가 맞물리면서 향후 재판 전략과 여야 공방에 큰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씨가 구속될 경우 공범 관계, 자금 흐름, 무속인과의 연결 여부를 둘러싼 추가 진술이 나올 수 있어 수사와 재판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법원은 22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가능성, 범죄 혐의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이씨 구속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씨 신병을 확보할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