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압박에도 초대형 수주”…삼성바이오로직스, 1조8천억 대미 계약→글로벌 바이오 주도권 강화
대규모 관세와 경기 둔화로 글로벌 바이오 수출 환경이 압박받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와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성사시켰다. 12억9464만달러(약 1조8001억원) 규모의 이번 계약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건으로, 회사 창립 이래 누적 수주 총액 역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업계는 미국 시장의 보호무역 강화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례적 대형 계약이 연이어 나오면서, 국내 바이오 위탁생산 경쟁 구도가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은 2029년 12월까지 유효하며, 구체적인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8개월 만에 누적 5조2435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 전년도 연간 실적(5조4035억원)에 육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CMO 업계에서 실현한 연속 대형 계약 행보는 바이오 생산 공정 역량과 품질 안정성에 기반한 신뢰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역량은 전체 78만4000리터 수준으로,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다. 최근 5공장(18만리터)이 본격 가동에 돌입하며 1~4공장의 노하우가 집적된 최신 모델로 생산 효율성이 크게 강화됐다. 회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규제기관으로부터 총 382건의 제조 승인 경험(2023년 9월 기준)을 쌓아왔다. 이는 대규모 위탁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 필수적인 안정적 품질 및 글로벌 인증 역량을 입증한다. 승인 건수 역시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최근 고부가가치 신약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의 높은 관세 전략 등 정책 장애물이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미국 및 유럽 대형 제약사들이 외주 생산을 늘리면서 고품질 CMO에 대한 신뢰와 수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계약이 생산규모, 승인 트랙 레코드 등 복합적 경쟁력을 인정받은 성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바이오생산 분야에서 이미 독일, 스위스, 중국 등 현지 기업들이 증설·신규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실적을 유지·확대하려면 품질·생산·규제 대응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내 정부도 바이오 생산기지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관련 인허가 신속화, 관세제도 개선 등 제도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톱20 고객사를 넘어 톱40 규모 글로벌 제약사로 고객군을 확장하고 있으며, 10월 개최되는 바이오재팬 2025와 CPHI 월드와이드 등에서 해외 파트너와의 전략적 협력 접점 넓히기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규제와 무역 리스크 속에서 대형 수주가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초대형 계약이 실제 시장 점유율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규제, 생산 규모 간 균형 확보가 바이오 산업 내 지속 성장의 전제 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