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또 연기”…정부, 이행 조건 명문화 요구로 신중전략
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놓고 구글과 정부 간 협상이 다시 장기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최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통해 구글이 내년 2월 5일까지 반출 관련 서류를 보완해 제출해야 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구글이 대외적으로 밝힌 안보 이행 조건이 실제 신청서에는 빠져있는 점이 이번 결정을 끌어냈다. 정밀 지도 데이터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업계는 향후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 심의를 ‘글로벌 플랫폼-정부 간 안보 리스크 교섭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현재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구글이 블러(모자이크) 처리, 위도·경도 좌표 미표시, 국내 데이터센터 활용 등 정부 요구사항을 언론이나 간담회에서는 인정했으나, 실제 공식 반출 신청서에는 관련 내용을 명확히 넣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역시 “신청서의 기술적 보완이 없으면 법적·제도적 이행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며, 60일의 서류 보완 기간을 부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밀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국방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자원이라는 산업적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지형 정보가 해외에 반출될 경우 군사·안보상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데이터 이동에 대한 국가간 협상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물론, 미국·일본 등 주요국 정부도 자국 내 지도 데이터 반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추세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이 안보 조치를 명문화한 보완 신청서를 내지 않는 한, 어떠한 결정도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글이 올해 두 차례 연장된 기한에도 구체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준비 부족과 이행의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 사안의 글로벌 파장은 한미 통상·안보 협의와도 연결된다. 구글이 한국 내에서 지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국 규제와 정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이는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 이동 정책에 선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구글이 보완된 서류를 제출할 경우, 협의체에서 심도 있는 검토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식별성·보안성·이용 접근성 등을 따져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도 데이터 반출은 기술경쟁력과 안보, 양자 간 교섭력의 시험대”라며 “이번 결과가 유사 사례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앞으로 구글이 실제로 정부 기준에 맞는 제출 서류를 내놓고, 지도 데이터 해외 이전 문제의 실타래가 풀릴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이동 속도보다, 데이터를 둘러싼 국가 안보와 정책 결정 구조가 산업 지형을 좌우할 수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