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추락 아니다"…미 공군, 서해 MQ-9 리퍼 사고 정밀 조사 착수
무인기 추락을 둘러싼 안전 논란과 작전 공백 우려가 맞붙었다. 미 공군이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MQ-9 리퍼 다목적 무인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한미 연합 정보·정찰 체계에 미칠 파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은 25일 군산공군기지에 배치된 MQ-9 리퍼 추락과 관련해 연합뉴스 질의에 답하며 "우리 정비사들과 조종사들은 엄격한 규정에 따라, 사고 시 즉각적이고도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 시정 조치를 시행하고 모든 단계에서 책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는 전날인 24일 오전 4시 35분께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말도리섬 인근 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 발생했다.

비행단은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일부 추정을 겨냥해 통제 상실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8전투비행단은 "MQ-9 항공기가 지정된 해안 구역으로 내려앉으며, 통제되지 않을 수 있는 충돌이나 잔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며 "안전 프로토콜에 따라 운용됐다"고 설명했다. 통제 불능 상태에서 기체를 의도적으로 추락시켰다는 일각의 보도와 달리, 사전에 설정된 안전 절차에 따라 지정 구역으로 기체를 낮춘 뒤 해상에 떨어뜨렸다는 취지다.
사고 기체 회수와 복구 작업과 관련해 미군과 한국 군·경의 공조도 진행 중이다. 제8전투비행단은 "대한민국 해군과 해양경찰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안전하고 철저한 복구 작업을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양측은 잔해 회수와 추가 피해 방지, 민간 선박 안전 확보 등을 동시에 고려한 수습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 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비행단은 사고 항공기를 수리하거나 새로운 항공기로 대체할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나, 강화된 주의와 책임을 통해 사고 기체를 제외한 나머지 MQ-9 비행 임무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기체만 운용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MQ-9 전력은 기존 작전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 공군은 MQ-9 리퍼 운용 안전성도 부각했다. 제8전투비행단은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리퍼 사고 사례와 관련해 "정확한 수치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사망사고 없이 400만시간 이상 비행 운용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간 운용 과정에서 중대한 인명 피해 없이 비행을 이어온 점을 들어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유지된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MQ-9 리퍼는 중고도 장거리 체공 능력을 갖춘 다목적 무인 항공기로, 긴급표적처리와 정보·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정밀 타격 능력과 장시간 체공 성능으로 인해 이른바 하늘의 암살자로 불려왔다. 군산공군기지에 상시 배치된 지 약 2개월 만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서해 상공을 무대로 한 한미 정보·정찰 태세와 운용 방식에도 재점검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군과 정부는 미 측 조사와 별도로 서해 상공 무인기 운용이 주변국과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연합작전 공백 최소화 방안을 미측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향후 서해 정찰 활동과 관련한 운용 지침을 점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