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세계 격차 더 벌릴 수 있다”…노르웨이 국부펀드, 기술 버블 속 불평등 경고
현지시각 기준 23일, 영국(UK) 런던에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orwegian Sovereign Wealth Fund)의 니콜라이 탕엔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AI) 확산이 국가와 계층 간 사회적·지정학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동시에 현재의 AI 투자 열기가 거품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며 복합적인 전망을 내놨다.
탕엔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첨단 AI 모델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성능 칩, 대규모 데이터 센터,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진입 장벽이 국내외 소득 수준과 기술 역량의 차이를 더욱 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AI를 활용하기 위한 사전 교육 수준, 안정적인 전력 수급, 고급 디지털 인프라 등의 요소가 국가별로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건의 불균형이 AI 도입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격차를 동시에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탕엔 CEO는 AI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지구촌이 갈라질 수 있는 실질적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같은 양분 구조가 사회 통합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별 규제 환경의 차이도 중요한 변수로 제시됐다. 탕엔 CEO는 미국(USA)이 풍부한 AI 기술 역량을 보유한 반면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유럽연합(EU)은 기술 역량이 제한적인데 규제가 과도하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한 규제 기조가 기술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장기적으로 유럽(Europe)의 경제 성장률을 미국과 비교해 더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헤지펀드 투자자 출신인 탕엔 CEO는 정부와 대기업이 머지않아 불균등한 AI 도입이 초래하는 후유증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시장에서 자동화와 일자리 구조 재편으로 인한 혼란이 심화되는 동시에,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불공정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 정책입안자들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위험도 지적했다. 규제와 제도 정비가 시장 변화보다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 시기를 예측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장기 전망보다는 민첩한 대응 역량과 조직·사회 문화, 그리고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2조 달러 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이끄는 탕엔 CEO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AI 거품 논란도 언급했다. 그는 AI 관련 투자 열기가 거품의 전형적 특징을 상당 부분 보여주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이 버블이 세계 경제에 반드시 크게 부정적인 결과만을 남기지는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탕엔 CEO는 일부 AI 관련 자산이 과대평가됐더라도, AI 분야로 유입되는 대규모 자본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해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동화, 데이터 처리, 모델 개발 등에서의 기술 진보가 누적되면,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AI 투자 붐이 거품이라 하더라도 전적으로 해로운 형태는 아닐 수 있으며, 혁신과 효율성 제고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이 직면한 과제도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소수의 대형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진정한 혁신과 과장된 홍보를 구분하는 일이 가장 큰 도전이라며, AI 분야에서 승자독식 구조가 심화될 경우 시장 집중과 독점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탕엔 CEO는 AI가 노르웨이 국부펀드 내부 운영 방식도 급격히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5년 전만 해도 기술 부서는 조직 내에서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핵심 부서로 부상해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약 700명 규모인 조직 내에서 460명이 실제로 코딩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술과 데이터 역량이 운용 조직 전반의 중심 축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기반 분석과 자동화 시스템이 투자 의사 결정, 리스크 관리, 거래 실행 분야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거대 자산운용 기관 내부에서도 AI 활용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탕엔 CEO의 이번 발언은 AI가 촉발한 기술·금융·노동시장 변화를 동시에 짚으면서, 불평등 심화와 성장 잠재력 확대라는 상반된 가능성을 병렬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국제사회가 향후 AI 규제와 공정한 접근 보장, 혁신 촉진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