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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고요함”…순천의 전통, 일상 속 새로운 쉼표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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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순천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여행지를 고를 때 기능이나 즐길 거리도 중요하지만, 이젠 차분한 시간과 전통의 향기를 좇는 마음이 앞선다. 흐린 날씨 아래 순천의 어스름한 자연과 전통 마을을 걷노라면, 사소한 순간에 작은 위로가 묻어난다.

 

남도의 들판과 갯벌, 그리고 오랜 역사가 숨 쉬는 순천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매력들이 펼쳐진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세계 각국 정원의 색다른 풍경과 고요한 연못을 산책하며, 바쁜 삶에서 한걸음 떨어져 자연이 주는 평온을 만끽하게 된다. SNS에서는 넓게 펼쳐진 정원과 이국적인 건축물 앞에서 남긴 사진들이 ‘힐링 성지’ 인증샷으로 인기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순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순천

이런 분위기는 곳곳의 수치에서도 느껴진다. 관광청에 따르면 순천만국가정원 방문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꾸준히 회복돼, 올해 상반기에만 4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일상 가까운 조용한 휴식’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뜻이다.

 

낙안읍성 역시 살아 숨 쉬는 역사 공간으로 손꼽힌다. 조선 시대의 생활풍경을 실제 거주민들의 일상으로 만날 수 있어, 현대인이 잊고 있던 시간의 결을 선명하게 깨닫게 해준다. 매년 계절마다 열리는 민속 행사와 남도음식축제는 이전과 달리 가족 단위 방문객뿐 아니라, ‘혼행’(혼자 여행) 트렌드를 따르는 젊은 세대의 참여도 이어진다.

 

조계산 자락의 송광사는 누군가의 ‘삶의 쉼표’가 된다. 오랜 세월을 견딘 전각과 대웅전을 거닐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이곳의 산길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기만의 리듬’을 찾게 한다. 한 방문객은 “고즈넉한 산사에 머무르며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이제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내 곁의 옛 시간과 마주할 수 있다”, “고요함이 이렇게도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는 후기들이 소소하게 쌓이고 있다.

 

현지 여행안내사는 “순천의 매력은 자연과 전통이 겹쳐진 평범한 하루에서 찾을 수 있다”며, “잠시 걷는 이 길이 누군가의 지친 마음에 오래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순천의 흐린 하늘 아래서 문득 멈춰 선 그 시간은, 소음 가득한 도시의 일상에서 새로운 쉼표가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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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순천만국가정원#낙안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