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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불 수출의탑”…안랩, 보안수출 가속해 글로벌입지넓힌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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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수출이 국내 IT 수출 포트폴리오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네트워크와 엔드포인트를 동시에 지키는 통합 보안 제품군과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를 앞세운 안랩이 대표 사례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국내 보안 기술의 수출 경쟁 구도가 한 단계 격상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안랩은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천만불 수출의 탑과 산업통상부장관 표창을 동시에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 무역의 날 포상은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해 매년 국외 시장 개척과 수출 실적이 우수한 기업과 유공자를 선정한다. 올해 평가는 2023년 7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안랩은 같은 기간 총수출액이 1000만 달러를 넘어선 실적을 바탕으로 수출의 탑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보안 업계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이 수준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 사례는 많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속도와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안랩 수출 성장의 핵심 축은 통합 보안 아키텍처에 맞춘 XDR과 트래픽 분석 기반 기술이다. 안랩 XDR은 엔드포인트, 네트워크, 이메일 등 다양한 보안 장비에서 발생하는 위협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공격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는 기술이다. 개별 보안 제품이 각각 경보를 내는 수준을 넘어, AI 분석과 상관관계 규칙을 활용해 공격 전체 흐름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단일 백신이나 방화벽 기반 방어에 비해 침해 사고 탐지 정확도와 대응 속도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랩 XTG는 암호화 통신을 포함한 대규모 네트워크 트래픽을 실시간 분석해 이상 행위를 찾아내는 기술 기반 제품군이다. 트래픽 패턴 학습, 행위 기반 탐지와 같은 고급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적용해 알려진 악성코드뿐 아니라 서명 정보가 부족한 신종 공격을 포착하도록 구성됐다. 글로벌 인증과 각국 보안 규제에 맞춘 기술 검증을 통해 해외 공공과 금융,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안랩은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보안 기업 SITE와 합작해 현지 법인인 라킨을 설립하며 중동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라킨은 사우디 및 인근 국가의 정보보안 프로젝트에 현지 맞춤형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중동은 대형 공공 프로젝트와 스마트시티, 에너지 인프라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으로 고급 보안 솔루션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안랩은 라킨을 기반으로 XDR, 네트워크 보안, 관리형 보안서비스 등을 합쳐 패키지 형태로 제안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동 외 지역에서도 수출 채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일본 법인은 현지 클라우드 사업자, 통신사, 시스템 통합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보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공급하며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APAC 지역에서는 파트너를 통해 간접 수출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파트너 네트워크 전략은 대규모 현지 조직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글로벌 보안 기업들이 채택하는 일반적인 확장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도 제고에는 기술 인증과 규정 준수가 필수다. 안랩은 주요 제품군에 대해 국제 보안 인증과 각국 규제 요건 충족을 추진해 왔다. 글로벌 표준을 충족한 제품 포트폴리오는 공공 조달 시장과 금융권 입찰 참여 범위를 넓히며 수출 실적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대규모 고객사 운영 경험은 해외 고객사에 제공하는 기술 지원과 운영 컨설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수상에서 산업통상부장관 표창을 받은 이상국 안랩 마케팅·글로벌사업부문 부문장은 회사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총괄해 온 핵심 인물이다. 이 부문장은 라킨 설립을 주도해 중동 거점을 확보했고, 중국과 일본 등 전략 국가의 실적 확대와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수출 채널 체계화를 추진했다. 또 글로벌 전시회 참가와 현지 세일즈 활동, 사업 협력 실행을 이끌며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보안 시장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대형 업체들이 이미 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동, 동남아, 중남미에서도 국가 차원의 보안 규제 강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으로 XDR, 관리형 탐지 대응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기업이 기술력과 운용 역량을 앞세워 틈새 영역을 공략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각국 데이터 보호 규정, 클라우드 보안 기준, 암호화 기술 통제 등 복잡한 규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랩은 향후에도 XDR와 네트워크 분석, 위협 인텔리전스 결합을 통한 기술 진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이번 수상이 안랩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성장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시장 요구를 선도하는 혁신과 실행을 바탕으로 월드 클래스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안랩이 구축한 수출 기반이 향후 국내 보안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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