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2cm 줄었다”…중장년 척추건강 경고등 켜졌다
나이가 들며 키가 줄어드는 현상은 인체 노화 과정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년 사이 2cm 이상 줄어드는 급격한 신장 감소라면 이야기 다르다.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척추관협착증, 척추후만증 등 척추 구조 질환이 이미 진행됐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어, 단순 노화로 넘기기보다 정밀 검진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좌식 생활과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디스크 압력과 척추 하중이 커져, 퇴행성 척추 질환이 중장년층의 대표 만성 질환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의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키는 30세 전후부터 서서히 감소해 30세에서 70세 사이 남성은 평균 3cm, 여성은 평균 5cm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골밀도 감소 속도가 빨라 키 감소 폭이 더 크다. 뼈와 연골, 근육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를 지탱하는 조직이 수축하고 골량과 근육량이 함께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 다만 이런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완만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단기간 신장 변화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의들은 특히 신장이 1년 안에 2cm 이상 줄어들었을 때 구조적 척추 질환을 우선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척추는 인체의 기둥 역할을 하며, 각 척추체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가 외부 충격과 하중을 흡수한다. 디스크는 80퍼센트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탄력을 유지하는데, 30대 이후부터 수분 함량이 점차 감소하면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수분이 빠져나가면 디스크 탄성이 떨어지고 척추 뼈 사이 간격이 좁아져 전반적인 척추 길이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과정이 골다공증이나 외상과 겹치면 실제 뼈가 주저앉는 골절로 이어져 신장 감소가 더 도드라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척추압박골절이다. 척추압박골절은 척추체가 위아래에서 눌리며 찌그러지는 형태로 부러지는 골절로, 눌린 상태로 뼈가 붙으면서 등이 구부러지고 몸 높이가 낮아진다. 완경기를 지난 60대 여성 골다공증 환자의 약 30퍼센트가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며, 70대 여성의 경우 40퍼센트 안팎이 한 번 이상 척추압박골절을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허리 통증으로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런 미세 골절이 누적되면 키가 눈에 띄게 줄고, 체형이 앞으로 굽으며 이동 능력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도 키 감소와 체형 변화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압박되는 병으로, 허리를 펴면 통증과 저림이 심해져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힌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몸 전체가 상습적으로 앞으로 숙여진 상태가 되고, 실제 신장뿐 아니라 겉에서 보이는 키도 더 작아 보이게 된다. 보폭이 점점 좁아지고 오래 걷지 못해 자주 멈춰 쉬어야 하는 것도 특징적인 증상이다.
척추후만증은 측면에서 보았을 때 등뼈가 정상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휘어진 상태를 말한다. 나이가 들며 척추를 세워주는 기립근과 주변 코어 근육이 약해지고,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등뼈가 앞쪽으로 휘면서 구조 자체가 변형되는 과정이다. 이 경우 실제 키가 줄어들 뿐 아니라 흉곽이 압박을 받으며 폐활량이 줄고, 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균형 능력이 떨어진다. 그만큼 낙상 위험이 높아지고, 낙상 후 엉덩이뼈나 척추 골절로 이어질 위험도 함께 커진다.
전문의들은 허리와 주변 근육의 근력 저하를 척추 변형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노년기에 뒷짐을 지고 상체를 숙인 채 걷는 자세가 편하거나, 조금만 걸어도 허리에 피로감과 통증이 몰리는 패턴이라면 이미 근력 부족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뒤통수와 발뒤꿈치를 동시에 붙인 자세를 5분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면 허리와 코어 근육의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단순 자세 테스트가 척추 상태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키 감소를 가장 이른 신호로 포착하기 위해 정기적인 키 측정을 생활 습관으로 삼을 것을 권고한다. 척추 디스크는 하루 중에도 압력과 수분 함량이 변해, 아침에 가장 키가 크고 저녁에는 가장 작다. 따라서 매번 같은 시간대, 가능하면 같은 조건에서 키를 재야 실제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 연 1회 건강검진 때만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최소 6개월 간격으로 자가 측정을 병행하면 미세한 신장 감소 추세를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 기기 중심의 생활 습관과 좌식 근무 환경은 척추에 대한 물리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앉아 있을 때 척추 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약 40퍼센트 높은 것으로 측정된다. 특히 구부정하게 앉거나 목을 앞으로 빼는 자세가 장시간 지속될 경우, 디스크의 중심 부위인 수핵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탄력이 떨어진다. 누워 있을 때는 디스크가 수분을 흡수해 복원되지만, 하루 대부분을 잘못된 좌식 자세로 보낸다면 회복보다 손상이 더 빨리 진행돼 키 감소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의자에서 1시간 이상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고, 중간중간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허리와 골반 주변을 스트레칭해 척추 하중을 분산하는 습관이 중요해지고 있다. IT 기기를 사용할 때 화면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허리와 무릎이 90도 정도가 되도록 의자 높이와 책상 위치를 조절하는 인체공학적 환경 구성도 퇴행성 척추 질환 예방과 직결된다.
코어 근육 강화는 척추 구조 변형을 늦추는 가장 기본적인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척추를 감싸는 복부와 허리, 골반 주변 근육이 약하면 체중과 외부 하중이 그대로 척추뼈와 디스크로 전달돼 변형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체력이 허용되는 중장년층의 경우 바닥에서 버티는 정적 동작 기반의 프랭크 운동이 대표적인 코어 강화 운동으로 활용된다. 고령층이나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엎드린 자세에서 상체를 천천히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해 척추기립근을 단련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양팔을 들어 올리고 상체를 뒤로 가볍게 젖히는 동작은 앞으로 말려 들어간 어깨와 등을 펴주고, 허리 주변 근육을 자극해 상체가 전방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바닥에 밀착시킨 뒤, 몸통과 허리, 골반이 일직선이 되도록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이른바 브리지 동작도 코어 안정성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하루 수분간, 주 3회 이상 꾸준히 실천하면 척추 변형 속도를 늦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의료계에서는 중장년층의 키 감소를 단순 미용 문제나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골밀도 검진과 척추 영상 검사 등과 연계한 조기 진단 지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골다공증 치료제와 척추 최소침습 수술, 물리치료와 운동재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이미 확보된 만큼, 변형이 고착되기 전 개입하는 것이 의료 비용과 삶의 질 측면 모두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도 고령화 속도에 맞춰 근골격계 질환 관리와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서비스 확충을 요구받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장년과 고령층의 급격한 키 감소는 척추 건강뿐 아니라 전신 건강 악화를 예고하는 선행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와 헬스케어 업계는 척추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이 고령사회 의료 부담을 줄이는 핵심 과제라며, 키 변화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과 생활 습관 개편이 향후 건강 수명 연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근골격계 재활 솔루션 시장 확대 흐름을 주시하고 있으며, 제도권 의료와 연계된 예방 중심 관리 체계가 실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