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정원에 머무르다”…고흥에서 찾는 가을의 휴식
요즘 고흥에 조용히 다녀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남도의 끝자락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숨은 자연의 쉼표가 됐다. 어제보다 0.5도 낮아진 온도, 23.8도쯤 되는 포근한 바람, 그리고 흐린 하늘이 어우러지면, 고흥은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여행자들은 바다 위의 비밀정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쑥섬쑥섬을 먼저 꼽는다. 사계절 녹음이 살아 있는 난대원시림, 수백 년 된 돌담길, 그리고 여름이면 바다 위로 펼쳐지는 수국의 물결. 자연이 공들여 낸 풍경이 여행 내내 마음을 고요히 흔든다. SNS에서도 #고흥표정원, #쑥섬트레킹 같은 키워드가 무심코 쌓여간다. 실제로 한국관광100선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매해 찾는 발길이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흥의 주요 관광지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6월부터 7월, 수국꽃이 만개하는 시기엔 특히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여행자가 늘었다고 한다.
여유와 휴식을 완성하는 건 카페다. 금산면 해돌마루카페는 바다와 창, 새소리와 직접 만든 디저트로 여행의 한가운데 쉼표를 만든다. 여행자 김지은씨는 “창밖으로 드는 바다 바람, 고흥산 재료로 구운 케이크, 모두 느리게 쉬어도 된다는 신호처럼 다가왔다”고 표현했다. 도양읍의 mkr coffee는 에스프레소의 깊은 맛과 미니멀 인테리어로 오롯이 커피에 집중하는 순간을 보장하니, 자연과 취향이 한데 어우러지는 느낌도 크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도심 떠나 느낀 진짜 가을”, “쑥섬에서 걷다 보면 아예 머물고 싶어진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수많은 인증샷 사이로 초록의 바람, 흙길, 커피 테이블이 스며든다.
고흥을 향해 떠나는 이들은 말한다. “그곳에서는 쫓기지 않는다.” 자연이 들려주는 시간, 입 안에 남는 구수한 커피, 묵직하게 손에 감기는 돌담길.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