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궁전에서 족욕 한잔”…가을을 물들인 유성국화축제의 따뜻한 온기
요즘 국화꽃이 만개한 공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꽃 구경’이 그저 한적한 산책의 일부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가족과 연인, 친구 모두가 오랜만에 마음 붙이고 머무는 소중한 일상이 됐다.
대전 유성구 유림공원에 국화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유성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장에는 색색의 국화 조형물과 경관 조명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과 예술이 섞인 이색적인 가을 풍경이 탄생했다. 코스모스와 팜파스그라스, 핑크뮬리 같은 가을꽃도 더해져 산책로마다 계절의 감흥이 물씬 배어난다.

이런 변화는 지역사회와 기업, 대학이 함께 만든 테마 가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기업 후원 정원과 대학 협력 정원이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늘어진 산책길에 다채로운 풍경을 펼친다. 축제장 한쪽, 천국 존에서는 따뜻한 온천 족욕 체험이 마련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서로의 발을 담그며 국화 향기를 나눈다. “뜨끈한 온천수와 은은한 꽃내음이 한데 어울려,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렸다”고 표현한 관람객의 후기가 인상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축제 현상을 ‘공공장소의 감정 공유’로 정의한다. 꽃과 조형물이 정서적 쉼터가 되고, 가족의 발길을 붙잡는 힘이 돼 일상 속 치유를 이끈다는 분석이다. 한 정원디자이너는 “공간을 오감으로 즐기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계절의 흐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분재며 조형물이 다 예쁘지만, 족욕 체험이 정말 별미였다”, “올해는 친구랑 다시 갈 계획” 등, 소소한 소감부터 내년을 기약하는 설렘까지 다양하다. 공원에서의 한때가 일상의 사소한 위로가 됐다는 고백이 많다.
‘유성국화축제’는 단순한 꽃 전시가 아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역의 온기가 세대와 관계, 계절을 넘어 조용히 스며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