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알약 첫 승인…노보노디스크, 비만치료 패러다임 바꿀까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를 흔들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등장했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먹는 위고비 정제는 주 1회 피하주사로 투여되던 기존 GLP-1 계열 비만약을 하루 한 번 알약으로 대체하는 형태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체중 감소와 장기 체중 유지뿐 아니라 주요 심혈관계질환 위험 감소까지 적응증으로 승인하면서, 비만을 만성 대사질환으로 관리하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는 경구용 GLP-1 승인 시점을 글로벌 비만치료제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22일 미국 식품의약국이 세마글루티드 25밀리그램 성분의 위고비 정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1일 1회 복용하는 이 약은 체질량지수 기준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체중 감소와 유지, 그리고 주요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 감소를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 세마글루티드는 이미 주사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성분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나, 비만 관리 적응증을 가진 경구용 제형으로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구용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라는 점에서 주사제와 같은 기전으로 작용한다. GLP-1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줄이며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한다. 세마글루티드는 이 수용체에 결합해 GLP-1 효과를 증폭시키는 약물이다. 특히 위고비 정제는 경구 투여에도 혈중 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설계돼,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주사제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이 부각된다.
이번 승인 근거가 된 OASIS와 SELECT 임상시험 결과는 경구 제형의 효능을 뒷받침한다. OASIS 4 임상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이 하루 한 번 세마글루티드 25밀리그램을 복용했을 때 평균 체중 감소율은 16.6퍼센트로 분석됐다. 이는 주사제 위고비 2.4밀리그램에서 보고된 체중 감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참가자 3명 중 1명은 체중을 20퍼센트 이상 줄였으며, 안전성과 내약성은 이전 세마글루티드 임상과 대체로 같은 양상을 보였다. 노보노디스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사제와 동등한 체중 관리 효과를 내는 최초의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복용 방식의 변화는 시장 확장성과 환자 수용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를 망설이던 잠재 수요층이 알약 제형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체중 관리를 요하는 비만 환자에게는 통증이 없는 복용 편의성이 치료 지속률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루 한 알 복용으로 주 1회 주사와 비슷한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비만 관리 전략이 보다 폭넓게 적용될 여지가 생겼다.
또한 FDA가 체중 감소뿐 아니라 주요 심혈관계질환 위험 감소 적응증을 동시에 인정한 점도 주목된다. 비만과 동반되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은 의료비 부담이 큰 영역으로, 체중 관리와 심혈관 위험 조절을 한 번에 겨냥하는 치료제는 보험 재정과 보건 경제 측면에서도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경구용 위고비가 심혈관 예방 영역에서까지 처방 폭을 넓힌다면, 기존 고지혈증·고혈압 치료제 중심으로 짜인 만성질환 관리 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경구용 GLP-1 승인은 상징성이 크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두 회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대부분 제형이 피하주사 방식이다. 일부 기업들이 경구용 GLP-1 후보물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주사제 위고비 수준의 체중 감량 데이터를 확보해 규제당국 승인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구 제형에서 용량을 얼마나 높이면서도 위장관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지가 기술 경쟁의 관건으로 꼽힌다.
규제 환경 측면에서 FDA 승인은 다른 지역 허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미 유럽의약품청과 여러 규제 당국에 먹는 위고비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유럽연합은 비만을 공중보건 과제로 다루며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심혈관 위험 감소 데이터를 포함한 경구용 비만치료제에 우호적인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각국의 보험 급여 여부와 약가 수준이 실제 처방 확산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GLP-1 승인으로 비만치료제가 미용 중심 시장에서 만성질환 관리 인프라로 편입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본다. 주사제와 알약 제형이 공존하면서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처방 전략이 가능해지고, 장기 복용을 전제로 한 안전성·지속가능성 논의도 한층 중요해질 수 있다. 동시에 원료 생산능력과 공급망 관리,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 등 후속 과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결국 경구용 위고비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느 정도 처방 점유율을 확보할지, 그리고 건강보험 체계 안에 어떻게 자리 잡을지에 따라 비만치료제 시장 재편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과 효능을 넘어, 제도와 비용 구조가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