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금값 소폭 반등·국제가는 보합 조정”…달러 약세에도 시세 괴리 확대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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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시세가 11월 들어 잦은 변동 속 소폭 반등한 가운데 국제 금값은 다시 약보합을 보이면서 양 시장 간 시세 괴리가 커지고 있다. 달러 약세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재부상했지만, 위험자산 선호 심리와 고용지표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금값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뚜렷한 추세 전환보다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1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금 1돈 시세는 72만9,113원으로 전일 대비 2,363원, 0.3% 상승했다. 같은 시각 국제 금시세 국내 기준가는 72만3,939원으로 전일보다 463원, 0.1% 하락해 소폭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1,471원으로 전일 대비 3.9원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금값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분석] 달러 약세·금리 인하 기대 재부상에도 국내 금값 혼조…국제·국내 시세 간 괴리 확대(금값시세)
[분석] 달러 약세·금리 인하 기대 재부상에도 국내 금값 혼조…국제·국내 시세 간 괴리 확대(금값시세)

최근 1주일 동안 국내 금값은 71만5,500원에서 76만8,113원 사이를 오가며 넓은 박스권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주간 평균 대비 5,705원, 0.8% 낮아졌고, 30일 평균과 비교해도 1만5,519원, 2.1% 내린 수준이다. 최근 1년 최고가인 85만1,250원과 견주면 14.3%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최저가인 42만1,875원 대비로는 72.8% 높은 가격이다.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고점대에 머무르는 구조적 특성이 드러난다.

 

국제 금값은 단기 매크로 변수와 장기 수급이 뒤섞이며 방향성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집계에 따르면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며 금리 동결 전망이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08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미국 실업률이 4.4%까지 치솟는 등 노동시장 둔화 조짐이 포착됐지만, 주식시장에서 위험 선호가 확대되며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은 단기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금값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USA GOLD에 따르면 최근 연준 회의록에서 데이터 의존적 통화정책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51%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달러지수는 104.7로 하락했고, 실질금리도 1.9%까지 내려앉았다. 통상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은 금값 상승 요인이지만, 이번에는 위험자산 강세와 맞물리며 상승 탄력이 제약되는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금값 하방을 지지하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부각되자 실물 금 매수 문의는 주간 기준 55% 늘어나는 등 물리적 금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연간 700톤이 넘는 금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으로 집계돼, 장기적으로는 금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실물 수요 강화가 곧바로 단기 시세 급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도 금 시장에 미묘한 영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거품 논란과 연준 관계자의 자산가치 급락 경고가 겹치며 기술주 중심으로 크게 밀렸다. 변동성 지수 VIX는 11% 넘게 상승했다. 통상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금값 방어력이 높아지지만, 최근에는 고용지표·달러 흐름 등 거시 변수들이 금 매수세를 상쇄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환율 부담, 실물 수요 확대, 장기 고점 구간에 대한 기대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금값이 국제가 대비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단기 가격대가 이미 높은 수준인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추격 매수보다는 분할 접근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향후 금값 향배는 미국 고용과 물가 등 주요 지표,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달러 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흐름, 중앙은행 매입 추이 등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금 투자자들은 국내외 시세 괴리와 환율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면서 단기 이벤트성 매매보다는 중장기 포트폴리오 차원의 비중 조절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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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금값#국제금시세#연준금리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