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의원 중 1인 1표제 반대 없다"…정청래, 대의원 역할 재정립 TF 띄우며 논란 진화 나서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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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권력 구조를 둘러싼 갈등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청래 대표가 태스크포스 구성을 내세워 진화에 나서면서도 법적 공방과 지도부 이견 노출로 후폭풍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정청래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원 중 1인 1표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 찬성한다고 말한다"며 "큰 물줄기가 잡혔다고 보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중앙위원회에 위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공약 이행 차원임을 거듭 부각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때 1인 1표제를 공약했고 이행해야 할 의무가 제게 있다. 당원들이 그 부분을 받아들였고 저를 당 대표로 선출해주셨다"고 언급하며 당헌·당규 개정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다만 1인 1표제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중앙위원회 일정을 일주일 미룬 데 대해서는 "충분한 과정이 있었음에도 논의 과정이 좀 더 필요해 연기했다"고 해명했다. 절차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를 의식해 추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정 대표는 또 대의원 제도와 권리당원 권한 조정 논란을 완화하기 위한 조직 정비에도 나섰다. 그는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해 우려를 표시한 의원들을 포함해 대의원 역할 재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스크포스 단장은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인 조승래 의원이 맡고, 부단장은 전략기획위원장인 이해식 의원이 담당한다. 위원에는 장경태 의원을 비롯해 강득구·윤종군·김태선·김문수 의원 등 총 10명이 참여한다. 특히 강득구·윤종군·김문수 의원은 leadership의 1인 1표제 추진 방식에 우려를 제기해온 인물들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 뒤 취재진에 "강득구·윤종군·김문수 의원을 포함해 (1인 1표제 도입 과정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셨던 분들을 TF에 모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제기된 졸속 추진 논란을 의식한 듯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완점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스크포스는 27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연 뒤, 다음 주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식 토론회가 예고되면서, 당헌·당규 개정 방향과 세부 설계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한층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지도부 내부의 이견과 인선 과정은 새로운 균열 요인으로 부상했다. 1인 1표제 도입 절차에 숙의가 필요하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던 이언주 최고위원은 정청래 대표가 발표한 태스크포스 명단에서 빠졌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그동안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당헌·당규 개정이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러운 점이 많다"고 공개 발언해왔다. 지도부 구성원 중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온 만큼, 그의 최고위 불참과 TF 불참을 두고 지도부 내 갈등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박수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언주 최고위원의 불참 사유를 묻는 질문에 "확인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셨다 하더라도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으신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는 노선 차이 부각을 경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1인 1표제 논쟁은 법적 분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955명은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1인 1표제를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청인 측은 정청래 대표의 개정안 추진 절차가 당헌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정 대표의 추진 방식을 "당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명백한 절차적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의 정당성뿐 아니라, 향후 전당대회와 공천 과정 전반을 겨냥한 문제 제기가 법원 판단대에 오른 셈이다.

 

1인 1표제 논란은 대의원 중심 구조를 유지할지, 권리당원 참여를 확대해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할지에 관한 근본적인 노선 갈등과 맞닿아 있다. 친명계 강세 지역에서의 당권 재편, 공천 주도권 변화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최고위, 의원단, 일반 당원을 포괄하는 폭넓은 조율 없이는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정청래 대표는 태스크포스 가동과 토론회 개최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언주 최고위원의 분리 행보와 법원의 가처분 심리 진행 상황에 따라 당내 역학 구도는 다시 출렁일 여지가 있다. 당 지도부는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추가 논의와 설득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고, 국회와 법원에서의 논의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방향은 당분간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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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1인1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