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로 핀테크 재편 노린다"…네이버 두나무 동맹 파장 주목
웹3와 디지털 자산이 글로벌 핀테크 산업의 판도를 흔드는 가운데 네이버와 두나무가 전략적 동맹을 공식화했다. 빅테크의 플랫폼 역량과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사업자의 블록체인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결제와 투자,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통합 금융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이번 거래를 빅테크와 가상자산 산업 간 본격적인 결합이자, 향후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장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의결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퍼센트 자회사,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국내 인터넷 포털과 간편결제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맞손을 잡으면서 IT와 금융,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네이버는 이번 편입을 통해 디지털 자산 기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인공지능과 검색, 간편결제 기술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역량을 더해 웹3 환경에서 글로벌 핀테크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기술 저변 확대와 인재 양성, 디지털 자산 수용성 제고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K핀테크의 글로벌 확산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두나무도 네이버와의 결합을 글로벌 핀테크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설명한다. 회사 측은 변동성이 큰 국제 금융 환경과 빠르게 진화하는 웹3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강력한 협업 체계와 시너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업비트 기반 가상자산 비즈니스에 네이버의 결제와 서비스 플랫폼을 덧붙여 사업 외연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거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결제 인프라 경쟁과도 직결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결제, 지갑,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모두 품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가상자산을 일상 결제와 금융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페이 결제망과 업비트의 디지털 자산 유동성이 연결될 경우 기존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 구도도 흔들릴 수 있다.
지배 구조 변화도 눈에 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이 진행되면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율은 89.21퍼센트에서 약 17퍼센트로 줄어든다. 반대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약 19.5퍼센트 지분을 확보해 형식상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가 된다. 표면상 최대주주가 교체되는 구조여서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네이버와 두나무 측은 의결권 위임을 통해 기존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은 자신들이 보유하게 될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의 의결권을 네이버 측에 위임하기로 했다. 두 인물이 쥐게 될 지분을 포함할 경우 네이버는 약 46.5퍼센트의 실질 의결권을 확보해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두나무 경영진이 의결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네이버와 한 식구가 되는 선택을 한 배경에는 글로벌 확장과 규제 대응에서 빅테크와의 연합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당장 합병 대신 모회사와 자회사 구조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법인 합병 가능성도 계속 거론된다. 네이버는 기존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경영 효율성과 주주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양사 간 기능적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조 재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웹3와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에 맞는 최적의 지배 구조를 찾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병행될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규제 이슈는 이번 빅딜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우선 두 기업 간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필요하다. 네이버는 포털과 검색, 쇼핑, 결제 등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사실상 국내 1위 사업자 지위를 누리고 있다. 금융과 IT,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플랫폼 결합이 경쟁 제한적 결합으로 판단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금융사와 가상자산 사업자 간 관계를 제한해 온 금가분리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과 금융사가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관련 업체와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을 제한해 왔다. 다만 최근 43년 만의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과 더불어 금가분리 규제도 단계적 완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새로운 규제 해석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빅테크와 가상자산, 웹3를 결합한 핀테크 실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결제 기업과 가상자산 서비스가 연동된 사례가 늘고 있고,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도 메신저와 간편결제 사업자가 디지털 자산 지갑 기능을 도입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네이버 두나무 동맹은 한국형 웹3 금융 플랫폼 모델을 구축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상도 업계 관심사다. 업비트와 네이버페이 연계 수준과 방식, 디지털 지갑과 자산 관리 플랫폼의 통합 전략,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결제 모델, 해외 웹3 서비스와의 연동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의료, 게임, 콘텐츠, 커머스 등 기존 네이버 생태계에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될 여지가 있다.
양사는 27일 경기 성남 네이버 사옥 1784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 배경과 신사업 협업 로드맵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거래 구조와 향후 사업 방향을 발표한 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질의응답을 통해 규제 대응과 스테이블코인 전략, 글로벌 진출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국내 웹3 금융 생태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이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산업계는 두 회사가 구축할 새로운 핀테크 모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금융과 IT,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제도와 규제가 이에 어떻게 호응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