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석열 잘했다 12% 그쳐”…극보수·약보수, 전직 대통령 평가서 갈라섰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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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공과 평가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보수 진영 내부에서 정면 충돌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극보수층과 약보수층의 간극이 두드러지며 향후 보수 정치 지형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2025년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 공과 평가를 조사한 결과, 올해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잘한 일이 많다’는 응답이 12%에 그쳤다고 28일 전했다. 이는 2024년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조사된 윤 전 대통령 직무 긍정률 11%와 유사한 수준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공과 평가 긍정 12%…극보수·약보수 간 인식차 두드러져 (한국갤럽)
윤석열 전 대통령 공과 평가 긍정 12%…극보수·약보수 간 인식차 두드러져 (한국갤럽)

윤 전 대통령은 직무 정지 국면에서 지지율이 단기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이어 2025년 4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한 직후 조사에서 유권자의 69%가 ‘잘된 판결’이라고 답해 부정 여론이 우세한 흐름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전직 대통령 공과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가 10%대 초반에 머물면서 탄핵 국면에서 형성된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 여론 추이와 비교해도 윤 전 대통령의 평가 수준은 비슷한 구도를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끝내지 못하고 2017년 3월 파면됐으며, 탄핵 사태가 본격화된 2016년 11월부터 12월 사이 직무 긍정률 평균은 5%에 불과했다. 2017년 탄핵 정국에서 약 80%의 유권자가 탄핵에 찬성해 극도로 낮은 신뢰도를 드러냈다고 한국갤럽은 설명했다.

 

주목되는 지점은 정치 성향별 응답에서 보수층 내부가 갈라졌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은 응답자의 정치 성향을 매우 보수적, 약간 보수적, 중도적, 약간 진보적, 매우 진보적으로 구분해 조사해 왔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극보수자와 약보수자의 인식 차가 특히 커 별도 분석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전두환, 박근혜, 노태우 등 4명 모두에 대해 ‘잘한 일 많다’는 응답이 전체적으로는 20%를 밑돌았다. 전반적으로 부정 평가가 우세한 흐름이지만, 극보수층 내부에서는 양상이 정반대에 가까웠다. 극보수자로 분류된 63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윤석열,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답한 것이다. 보수 내 핵심 지지층 일부가 여전히 이들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약보수층에서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약보수자로 분류된 211명에서는 윤석열,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에 대한 부정 평가가 뚜렷하게 많았다. 같은 보수 스펙트럼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지지층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탄핵 경험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보수층과 약보수층 사이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국갤럽은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수치를 두고 보수 진영 재편과 향후 대선·총선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극보수층이 여전히 과거 보수 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약보수층은 비판적 인식을 강화하고 있어, 보수 정당들이 어느 층을 중심 축으로 삼느냐에 따라 메시지와 인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탄핵 인용 이후의 평가 흐름은 향후 사법적, 정치적 책임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재평가하는 여론이 형성되면 책임 규명 요구와 함께, 보수 정당 내부의 세대 교체 및 노선 정비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9%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국갤럽은 세부 결과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했으며, 정치권은 향후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 평가 흐름을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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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전대통령#한국갤럽#전직대통령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