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거품 우려 커졌다”…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 연준 불확실성에 위험회피 확산
현지시각 기준 21일, 한국과 일본(Japan),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발 투자 심리 위축과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란이 겹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커졌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쳐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에 조정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하락은 미국 뉴욕 증시의 급락과 맞물려 AI 거품 논쟁, 혼재된 미국 고용지표,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현지시각 기준 21일 오후 2시20분,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5% 하락한 3천858.6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낙폭이 4.1%까지 확대됐다가 일부 만회했지만, 투자 심리 위축 흐름은 이어졌다.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시각 3.12% 내리며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일본 증시에서도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오후 2시20분 기준 2.30% 하락했다. 장중 하락률은 2.7%까지 커지며 변동성이 확대됐고, 일본 대형 기술투자 기업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11%대 급락해 기술·성장주의 조정 국면을 상징했다.

대만 증시의 자취안지수(TAIEX)는 같은 시간 3.37% 내렸다. 장중 최대 하락률이 3.8%에 달하는 급락세 속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주가는 5% 가까이 떨어지며 대만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중국 증시도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1.79% 하락했고,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52% 내렸다. 선전증권거래소의 선전종합지수도 2.15% 떨어지며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가 모두 동반 하락을 기록했다. 이 같은 조치는 아시아 전역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정서가 넓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룻밤 전 미국(USA)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84%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6% 떨어졌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2.15%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장중 기준으로 고점 대비 저점 낙폭이 5%에 이르렀고, 장중 변동 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변동성이 확대됐던 지난 4월 9일 이후 최대 수준을 보였다. 뉴욕 증시의 급락과 높은 변동성이 아시아 장 개장과 동시에 연쇄적으로 투자 심리를 짓누른 셈이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양호한 실적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과열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과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외부 차입까지 동원해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막대한 자본 지출이 향후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확대가 단기 실적과 장기 수익성으로 얼마나 연결될지 판단하지 못한 채, 과거 IT 버블을 연상시키는 거품론을 의식하며 기술주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AI 거품 우려가 확산되자 뉴욕 증시에서부터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그 여파가 아시아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연준의 향후 금리 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1일 발표된 9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시장이 기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혼재된 흐름을 보였고, 고용시장 둔화와 견조함이 뒤섞인 신호가 금리 인하 시점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고용지표 발표 이후에도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65%로 반영하고 있고,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은 35%로 집계됐다. 전날과 비교하면 금리 동결 가능성은 5%포인트 낮아졌는데, 이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일부 약화된 것으로 해석되며, 위험자산인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부담을 더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조정 압력이 거세다.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9일 7개월 만에 9만달러 선을 밑돈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1일 낮 3시 현재 8만6천79달러까지 떨어졌고, 같은 시점 기준 하락률은 7%를 웃돌았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위험자산 가운데 가장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급락은 위험 선호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I 투자 과열 논란, 연준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 혼재된 미국 고용지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글로벌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은 동반 조정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과 아시아 증시, 비트코인까지 위험자산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와 현금 비중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투자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사회와 시장 참여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