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로 유럽 공략…삼성바이오에피스, 직접판매 확대
데노수맙 계열 골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시장에서 직접판매 체제로 전환되며 바이오시밀러 상업화 전략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체 유럽 법인을 중심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직접 수행하면서, 단순한 개발·제조 역할을 넘어 완제의약품 공급과 브랜드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레이어로 포지셔닝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는 유럽을 시험대 삼아 글로벌 가격·유통 주도권을 넓히는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골질환 치료제 오보덴스와 엑스브릭을 유럽에서 직접 판매한다고 2일 밝혔다. 회사는 오는 12월 오보덴스를 시작으로 내년 1월 엑스브릭까지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두 제품 모두 글로벌 제약사 암젠의 프롤리아와 엑스지바를 참조한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로, 동일한 기전과 용량 체계를 기반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이번 조치는 에피스클리에 이은 유럽 직판 품목 확대라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업화 전략의 가속화로 평가된다.

오보덴스와 엑스브릭은 표적 항체의약품인 데노수맙을 기반으로 한다. 데노수맙은 파골세포 분화와 활성에 관여하는 RANKL이라는 단백질을 차단해 뼈를 파괴하는 세포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이를 통해 골밀도를 유지하거나 높이고, 골절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같은 성분이지만 용량과 투약 주기에 따라 적응증이 갈린다. 오보덴스는 주로 폐경 후 여성과 남성의 골다공증 등 만성 골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투약되는 반면, 엑스브릭은 골거대세포종과 특정 암 환자의 골 전이 합병증 예방 등 보다 중증·특수 적응증을 겨냥한다.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시장에 나온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품질, 안전성, 효능이 동등하거나 유사하다고 입증된 복제 후보를 말한다. 특히 데노수맙처럼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가진 항체의약품은 제조공정·세포주 개발·품질관리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 항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에서 축적한 세포주 설계와 공정 최적화 기술을 바탕으로 데노수맙 제품에서도 오리지널과 동등한 수준의 약동학과 임상 효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해 왔다.
오보덴스와 엑스브릭의 유럽 직접판매는 상업적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유통 제휴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유럽 내 가격 협상과 병원 입찰, 약가 인하 압력 등 복잡한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자체 영업망을 구축하는 전략은 초기 비용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에피스클리 직판으로 확보한 마케팅 데이터와 영업 인프라를 활용해, 골질환 영역까지 직접 영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오리지널 데노수맙 제제의 특허 만료 이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되는 지역이다. 각국의 급여 제도와 입찰 구조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어, 직접판매를 통한 브랜드 인지도 구축과 가격·공급 조절력이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가별 의료제도와 처방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유럽 법인 중심으로 전개해, 단기 점유율뿐 아니라 장기 파트너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유럽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에피스클리를 직접 판매하고 있다. 에피스클리는 보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의약품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로,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을 겨냥해 출시됐다. 회사는 에피스클리의 직판 경험을 통해 의사·약사 네트워크 구축, 약가 협상, 공급 체인 관리 역량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오보덴스와 엑스브릭이 더해지면서, 희귀질환과 골질환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직판 포트폴리오가 형성되는 셈이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질환 시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분야다. 특히 유럽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골절 이후 삶의 질 저하와 의료비 증가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크게 부각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데노수맙 계열 약제는 기존 경구용 골다공증 치료제에 비해 투약 편의성과 골밀도 개선 효과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약가 부담이 적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의 직접 공급이 본격화되면, 환자와 보험자 입장에서는 비용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이 기대된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업체들도 데노수맙 제품을 앞세워 유럽 진입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시장 조기 개방을 통해 약가를 낮추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책 방향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간 내 가격 경쟁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이 속에서 직접판매 전략은 마케팅 메시지 차별화와 의료진 교육, 실사용 데이터 축적 등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직접판매 비중을 높일수록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와 수익 구조 개선에 유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재고 관리와 약가 압박, 각국 규제 대응 등 관리해야 할 변수도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유럽 내 각국 규제기관과의 협의, 약품 허가와 약가 책정 절차, 실사용 데이터 수집과 약물감시 시스템 구축이 모두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보덴스와 엑스브릭의 직접판매를 통해 유럽의 환자와 의료진과의 접점을 넓히고, 바이오시밀러 신뢰도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골질환과 희귀질환을 잇는 포트폴리오 강화가 향후 면역·혈액암 등 다른 치료 영역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산업계는 이번 직판 확대 전략이 유럽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