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숲길을 걷다”…왕릉에서 만나는 시간 여행과 문화의 감각
조선의 옛길을 따라 걷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멀고 낯선 역사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왕릉의 숲길과 축제 현장 곳곳이 일상의 즐거운 여행지가 되고 있다.
오는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서울과 수도권 9개 조선왕릉에서 세계유산 조선왕릉축전이 열린다. 이곳엔 고요한 정취를 머금은 선정릉의 산책부터 동구릉·서오릉의 야별행 투어, 오가는 발길마다 펼쳐지는 음악회와 전시, 어린이 체험 마당까지 가족 모두가 오롯이 역사의 품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린다. SNS에는 왕릉 산책과 축제 일정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늘면서, 친구나 아이와 ‘능행 미션’을 즐긴 경험담도 쏟아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동일기간 왕릉 관람객이 30% 이상 늘었고, ‘역사 테마 축제’에 대한 관심 역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30 세대의 참여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에서 누리는 문화유산 경험’이라고 부른다. 문화기획자 김유정 씨는 “예전엔 왕릉이 경건한 의례의 터였다면, 이제는 소풍처럼 느긋하게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이 됐다”며 “해설투어, 체험존, 음악회의 결합이 전통유산을 살아 숨 쉬게 한다”고 분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야별행 투어에서 달빛 아래 걷는 기분이 새로웠다”, “아이와 왕릉수호신 만들기를 하며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나눴다”는 체험담부터, “한복을 입고 산책하니 시간 여행자가 된 듯했다”는 소감까지 다양하다. 사람들은 “축제가 끝난 다음에도 조용히 혼자 산책하러 다시 오고 싶다”며, 이제 왕릉이 특정 세대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만의 공간이 아님을 고백한다.
역사는 밝은 축제의 장이 되고, 전통은 추억이 돼 새롭게 살아난다. 조선왕릉축전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 자리, 삶의 방법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