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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 숙연한 기립”…김우진·김제덕, 박성수 추모→남자 리커브 3연패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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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 숙연한 기립”…김우진·김제덕, 박성수 추모→남자 리커브 3연패 출격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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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연하게 시상대에 오른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의 표정엔 우승의 기쁨보다 뜨거운 그리움이 깃들어 있었다. 세 차례 연속 정상에 오른 순간 세 선수는 활시위를 내려놓고, 세상을 떠난 스승을 향해 깊은 묵념을 바쳤다. 결승의 함성이 잠시 멈춘 광주 5·18 민주광장 특설경기장, 팬들과 선수 모두는 조용히 잊지 못할 이름을 가슴에 새겼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 남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미국 대표팀을 세트스코어 6-0으로 완파했다. 3세트 내내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은 압도적인 집중력으로 상대를 무력화시켰고, 양궁 명문 한국의 저력을 아낌없이 증명했다. 미국은 반격의 여지를 찾지 못한 채 무너졌고, 대표팀의 3연패라는 대기록이 현실로 다가왔다.

“시상식 묵념으로 스승 추모”…김우진·김제덕·이우석, 남자단체 리커브 3연패 달성 / 연합뉴스
“시상식 묵념으로 스승 추모”…김우진·김제덕·이우석, 남자단체 리커브 3연패 달성 / 연합뉴스

특히 이번 시상식은 남달랐다. 고인이 된 박성수 감독은 지난달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선수들은 박 감독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다. 박성수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로, 대한민국 양궁의 국제 경쟁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숙연히 고개를 숙이며 추모의 뜻을 전했고, 현장은 적막 속 묵직한 울림으로 젖었다.

 

박성수 감독과 함께했던 시간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각별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 당시 남자 리커브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 감독의 조언 아래 김우진은 올림픽 사상 첫 남자 3관왕에 올랐다. 김제덕, 이우석 역시 연이은 국제대회에서 굳건히 1군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외 강호들이 즐비한 세계무대에서 이들이 보여준 견고한 결속력과 집중력은 경기가 끝난 후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경기 후 김우진은 “메달 세리머니를 하면서 잠깐이나마 묵념의 순간을 가졌다. 파리올림픽 때 함께했던 박성수 감독님을 가장 높은 곳에서 기릴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승 세리머니는 기록을 넘어 특별한 헌정의 무대로 완성됐다.

 

최종 시상식이 마무리된 뒤, 경기장을 떠나는 관중들의 표정에도 적막과 뭉클함이 스며 있었다.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뒤에도 선수들은 스승의 기억을 마음에 담고, 또 한 번 세계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 단체전 남자 리커브 3연패의 기록과 그 무게는 오랫동안 스포츠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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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김제덕#박성수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