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권력이 수사·재판 장악 시도”…국민의힘, 민주당 사법입법에 총공세
입법 충돌을 둘러싸고 여야가 다시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정치 관련 입법을 겨냥해 ‘헌법 파괴’ ‘사법 장악’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회 정국이 거센 공방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더불어민주당 입법 폭주 국민 고발회’를 오전과 오후 내내 이어가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 확대, 필리버스터 제한 등 여권 추진 법안을 한데 묶어 강하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해 헌법학자·법조인 등 전문가의 발표를 청취하며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우선 법왜곡죄와 공수처 수사 범위 확대 법안을 ‘공포 정치·정치 보복 법안’으로 규정했다. 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4심제 재판소원제 도입 법안에는 ‘사법부 파괴 법안’이란 이름을 붙였다. 필리버스터 제한 법안과 정당 거리 현수막 규제, 유튜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법안은 ‘국민 입틀막 법안’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 고발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방향을 겨냥해 강한 표현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의 목표는 야당을 말살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까지 싹쓸이해 견제받지 않는 이재명 민주당 일극 독재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라며 “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임 중에 대통령 이재명의 범죄 의혹, 범죄 사실을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흑심”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입법이 수사·재판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입법 권력이 수사권과 재판권을 장악하려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했던 일인데, 버젓이 2025년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왜곡죄와 관련해 “민주당 관련 사건은 감옥 갈 각오로 재판하라 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법관의 독립을 위축시키는 장치라고 해석했다.
공수처 수사 확대 법안에 대해서도 공격 수위를 높였다. 주 의원은 “5년간 공수처가 민주당 인사를 수사한 건수는 0명이다. 동네 파출소만도 못한 수사를 한 것으로, 이 법 역시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이미 여권 편향 기구라는 인식을 전제로, 수사 범위 확대는 야권 견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계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이 마련한 자리에는 법조인과 학계 전문가들도 다수 참석해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박형명 변호사는 법왜곡죄 도입을 두고 “선진국 중 유일하게 독일이 이 법제가 있지만 통일 이후 사문화된 상태이고, 그 외 북한, 중국, 러시아에 있는데 이 나라들이 우리가 따라갈 전범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판검사 목을 졸라서 말을 듣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하며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둘러싼 쟁점도 집중 거론됐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하는 판사들이 원하는 결론을 꼭 끌어내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경기가 진행 중인데 질 것 같으니 게임의 룰을 바꿔버리자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특정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 신설이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특히 “내란전담재판부는 실제로는 특별재판부인데, 특별재판부는 헌법에 특별규정을 두지 않는 경우는 모두 위헌”이라며 “법 개정으로 통과시키는 순간 위헌은 확정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헌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권 독립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법 구조 전반을 바꾸는 대법관 증원과 4심제 도입 법안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증원 법안과 관련해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과 아르헨티나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법안을 추진했다가 국가가 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법안대로면 이재명 정부에서 대법관 24명이 임명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수 확대가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법부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4심제 도입, 이른바 재판소원제에 대해 지 교수는 “우리 헌법은 대법원이 최종심인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며 “자칫 헌법 구조를 모두 허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헌법 개정 없이 사법 체계의 최종심 구조를 흔드는 입법은 위헌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민 고발회를 통해 민주당 입법을 ‘일극 독재 체제 구축’ 시도로 규정하고, 위헌 소지를 반복해서 부각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관련 법안에 대해 사법 정의 실현, 권력형 범죄 엄단, 여론 조작과 허위 정보 차단 등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의 ‘입법 폭주’ 규정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반박해 왔으며, 향후에도 사법 개혁과 표현의 자유 보호 사이의 균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공수처 확대, 필리버스터 제한 등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와 내년 지방선거 정국까지 입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오는 회기에서도 관련 법안 심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며, 여야는 각자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