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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마이크로바이옴 비만 균주 GRAS…위바이옴, 글로벌 공략 시동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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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비만·대사질환 관리 기술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고바이오랩 자회사 위바이옴이 개발한 경구용 대사증후군 개선 균주가 미국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으면서, 비만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사이를 잇는 새로운 대사 개선 솔루션으로 주목된다. 업계는 경구 섭취 가능한 GLP-1 유도 균주 확보가 향후 비만·당뇨 관리 패러다임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고바이오랩은 28일 자회사 위바이옴이 경구용 섭취가 가능한 대사증후군 개선 기능성 균주 KBL983에 대해 미국 자체검증 GRAS 인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GRAS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에 부여되는 제도로, 자체검증 절차는 FDA가 인정한 영양·독성학 전문가 패널이 안전성 데이터와 독성시험, 인체 섭취 이력, 국내외 과학 문헌을 종합 검토해 인체 섭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때만 허용된다.

KBL983은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대사 조절을 유도하는 균주로, 특히 대사 관련 핵심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GLP-1 발현을 촉진하는 점이 특징이다. GLP-1은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에 관여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최근 주사형 비만 치료제의 표적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위바이옴에 따르면 KBL983은 GLP-1 발현 증가와 함께 열을 내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갈색지방 활성도를 높여 체중 관리와 대사 개선에 동시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위바이옴은 해당 균주를 고정밀 제조 공정으로 처리한 열처리 사균체 형태로 개발했다. 열처리 사균체는 살아 있는 균이 아닌 열로 불활성화된 미생물로, 장내에서 증식하지 않으면서도 세포벽 성분과 대사 산물이 면역 및 대사 관련 신호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살아 있는 균을 투여하는 생균제 대비 저장성과 제품 일관성을 높이고, 면역저하자나 고위험군에서의 안전성 우려를 낮추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위바이옴은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자체 GMP 공장을 활용해 KBL983 열처리 사균체를 안정성이 높은 기능성 원료로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제조와 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설비를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 일반식품, 향후 규제가 허용되는 국가에서의 메디컬푸드 등 다양한 제형 확장을 겨냥하고 있다.

 

효능 검증을 위해 위바이옴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전북대학교병원 유효성평가센터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제2형 당뇨 동물 모델에 KBL983 열처리 사균체를 10주간 경구 투여한 결과 식후 2시간 혈당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체중 증가가 억제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결과는 대사증후군과 당뇨, 비만이 복합적으로 얽힌 대사질환 영역에서 경구형 미생물 유래 소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제학술지 게재가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경쟁이 약물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반면 KBL983은 장내 미생물과 열처리 사균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생활 중 장기간 섭취 가능한 대사 관리 소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약물 치료가 부담스럽거나 장기 복용이 필요한 경증 비만·전당뇨 단계에서, 또는 약물 치료와 병행하는 보조 관리 수단으로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제 측면에서 자체검증 GRAS 확보는 미국 내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입 시 필수적인 안전성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향후 FDA의 추가 검토 절차나 개별 제품 허가와는 별개로,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기능성 원료가 미국 식품법 체계 안에서 안전 물질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글로벌 파트너십과 원료 수출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위바이옴 관계자는 KBL983 열처리 사균체를 과학적 근거, 안전성, 글로벌 권리 체계를 모두 갖춘 대사증후군 개선 핵심 소재로 규정하며, 이번 GRAS 취득을 토대로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 자체 브랜드 제품 출시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주사제 중심으로 흘러온 비만·대사질환 관리 시장에서 경구용 미생물 소재가 어느 수준까지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하느냐가 향후 위상이 갈리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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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바이옴#고바이오랩#kbl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