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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억 CB로 미국 3상 간다"…메디포스트, 글로벌 상업화 속도전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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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 기술이 바이오 투자 시장의 시선을 다시 끌어당기고 있다. 제대혈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 메디포스트가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미국 임상 3상과 글로벌 상업화 재원을 한꺼번에 마련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조달을 줄기세포 치료제의 글로벌 재도약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메디포스트는 16일 총 205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조달 방식은 전환사채 발행이며, 기존 최대주주와 신규 재무적 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 추진과 이후 상업화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발행 대상 전환사채는 카티스템 기술 경쟁력과 임상 진척 가능성을 전제로 한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투자 라인업도 눈에 띈다. 메디포스트의 기존 최대주주이자 장기 파트너로 알려진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이번 딜에 재참여했고, 복수의 국내 기관투자가도 새로 합류했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개발 기간이 길고 임상 리스크가 높아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묶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그럼에도 2000억 원이 넘는 전환사채가 한 번에 소화된 것은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카티스템은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재생하는 골관절염 치료제다.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는 출산 시 채취한 탯줄 혈액에서 얻은 세포로, 자가 조직 이식 대비 채취 부담이 적고 대량 배양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디포스트는 이 세포를 연골 결손 부위에 이식해 연골 조직이 다시 자라도록 유도하는 재생의학 기전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수술이나 히알루론산 주사 등 대증요법이 통증 완화와 진행 억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실제 연골 구조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회사는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 진입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에 임상시험계획서 IND를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임상 3상은 통상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로, 치료제 상업화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진다. 메디포스트는 내년 상반기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임상 사이트 선정과 프로토콜 확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임상 설계가 국내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짜여, 전체 개발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자금 조달 구조는 임상 실행력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글로벌 3상은 대규모 환자 모집, 냉동보관과 운송 등 복잡한 공급망 관리, 장기 추적 관찰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메디포스트는 전환사채를 통해 대략 수년간의 임상 기간을 견딜 수 있는 재무 여력을 확보하면서, 공정 최적화와 미국 내 생산 거점 전략까지 동시에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초기부터 상업 생산 체계를 병행 구축할 경우 시판 허가 후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카티스템의 포지셔닝도 관심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개발이 활발하지만, 아직 골관절염 영역에서 뚜렷한 블록버스터 세포치료제가 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기업이 자가 골수유래 줄기세포나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한 후보를 개발 중이지만, 제조 일관성과 환자 간 변동성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제대혈유래 세포를 대량 생산해 동질성을 확보하는 카티스템 방식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메디포스트는 미국과 더불어 일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재생의학 산업 진흥을 위해 조건부 승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세포치료제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갖춘 국가로 꼽힌다. 회사는 일본 내 상업화를 위해 현지 파트너십과 허가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미국 3상 진입 시점과 맞물려 양대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국가별 규제 요건과 임상 설계 기준이 상이해 개발·허가 전략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디포스트의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줄기세포 바이오 분야 투자 심리 회복의 신호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고금리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됐지만, 임상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에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자금이 유입되는 양극화 흐름이 뚜렷하다. 카티스템이 미국 3상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재생의학 플랫폼 전반의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이번 자금조달 계약을 통해 향후 미국 3상과 상업화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카티스템의 미국 3상 진입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메디포스트가 확보한 자금과 기술이 실제 임상 성공과 상업적 매출로 이어질지,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촉매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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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포스트#카티스템#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