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기적 소리와 빵 냄새”…곡성에서 보내는 잔잔한 하루의 위로

강민혁 기자
입력

구름이 많고, 차분한 공기가 스며든 곡성의 하루. 요즘 곡성군을 찾는 여행자들은 단순한 쉼 이상의 감각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예전엔 그냥 작은 시골 마을로만 여겨졌지만, 오늘날 곡성은 잔잔한 추억과 지역의 고유한 맛, 자연의 품 안에서 위로를 찾는 곳이 됐다.

 

곡성군 오곡면에는 섬진강기차마을이 있다. 폐선된 옛 전라선 구간을 따라 달리는 증기기관 열차에 오르면, 기적 소리가 울리는 동안 창밖으로 지나가는 섬진강과 숲의 풍경이 특별하다. 철길 위를 가로지르는 레일바이크는 여행의 색다른 재미를 더하고, 계절마다 변화하는 꽃길이 잔잔한 미소를 건넨다. 관리 잘 된 공간에서 가족, 연인, 친구 모두 자신만의 여행을 즐기는 풍경도 흔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곡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곡성

이런 변화는 곡성 날씨에서도, 방문객의 표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14일 곡성군의 체감온도는 21.6도, 습도는 94%로 안개 낀 새벽처럼 촉촉하고 선선하다. 북동풍이 스며드는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머릿속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섬진강기차마을 인근의 '디트레인'은 여행의 감각을 확장한다. 신라호텔 출신 파티셰가 만드는 빵과 디저트, 그중에서도 곡성 특산물 토란으로 만든 촉촉한 식감은 지역만의 풍미다. 멜론 수플레처럼 평범하지 않은 디저트, 그리고 과일향이 퍼지는 정원에서 잠시 쉬는 순간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옥과면에 자리한 '곡성가든'은 차콜로 굽는 프리미엄 스테이크로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간과 공을 들인 조리법, 외식의 설렘, 그리고 창 밖으로 펼쳐진 자연 풍경이 식사의 반찬이 된다. 특별한 날의 식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완벽한 공간이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율사리의 '진심왕돈까스 옥과점'도 곡성의 또 다른 기억을 만든다. 국내산 한돈 1등급 등심을 4,320분 동안 자가 숙성해 매일 신선한 과일 소스와 함께 내놓는다. 두툼한 돈가스와 흘러내리는 치즈, 넓은 매장, 가족·친구와 함께하는 푸짐함이 많은 이들의 만족을 부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옛날 기차가 지나간 철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잠잠해진다”, “지역 디저트가 이렇게 색다를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 떠돈다. 어느새 곡성의 소박한 풍경과 자연이 여행자들의 일상 한 조각이 된 셈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곡성에서 보내는 하루는 느린 여행의 의미, 그리고 지역의 온기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여행은 끝나더라도 그날 묻은 빵 냄새와 기적 소리는 곁에 오래 남는다.

강민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곡성군#섬진강기차마을#진심왕돈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