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시 없이 상한가 직행”…서암기계공업, 스마트 제조·우크라 재건 기대에 급등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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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기계공업 주가가 별도 공시 없이 상한가로 직행하며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반복된 테마성 수급이 9일 다시 폭발하면서 스마트 팩토리와 우크라이나 재건 이슈가 결합된 이른바 복합 모멘텀 기대가 개별 종목으로 쏠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적보다 재건·AI 자동화 테마에 기반한 뇌동 매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9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서암기계공업[100660]은 전 거래일보다 29.88% 오른 4,955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저가는 4,020원까지 밀렸지만, 장 막판 매수세가 집중되며 상한가인 4,955원에서 거래를 끝냈다. 최근 6개월 동안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가 단기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돌파하며 직전 고점대를 한 번에 넘어선 모습이다.

[분석] 공시 없이 상한가 직행… 서암기계공업, '스마트 제조·재건' 테마에 쏠린 수급
[분석] 공시 없이 상한가 직행… 서암기계공업, '스마트 제조·재건' 테마에 쏠린 수급

거래는 폭발적이었다. 이날 서암기계공업 거래량은 956만 주로, 상장주식수 1,260만 주의 상당 부분이 장중에 손바뀜 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통상적인 기술적 반등이 아니라 대규모 수급 이동을 동반한 시세 분출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시나 구체적인 기업 이벤트가 없었던 만큼, 테마성 매매에 따른 유동성 유입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의 엇갈린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12월 8일 기준으로 외국인은 약 1만6,000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 창구를 통해 300만 주가 넘는 대량 거래가 이뤄졌다. 기존 보유 주체의 차익 매물이 신규 개인 투자자에게 대거 이전되면서 상한가를 굳힌 구도다. 시장에서는 “손바뀜을 통해 단기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과 함께 “개인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전형적인 테마 장세 패턴”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암기계공업은 시가총액 약 624억 원, 코스닥 시총 순위 1,118위 수준의 중소형주다. 상장주식수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대금에도 주가 탄력이 크게 나타나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외국인 지분율은 2.68%에 그쳐 현대로템(33.01%)이나 두산밥캣(36.67%)과 같은 업계 상위 종목에 비해 해외 자금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만큼 국내 개인·단기 자금의 매매 방향이 곧 주가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다.

 

이번 급등의 방향성을 규정한 요인으로는 ‘스마트 제조’와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두 가지 테마가 꼽힌다. 서암기계공업은 공작기계 핵심 부품인 기어와 척을 생산하는 업체로, 최근 제조업 전반에서 AI·로봇 결합 자동화 공정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 팩토리 수혜 기대감이 커졌다. 스맥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부각되는 가운데 전통 기계 부품 기업이 AI·스마트팩토리 테마와 연결되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낙수효과 기대도 테마를 보강한 재료로 거론된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발주가 이어지며 선박용 엔진 기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서암기계공업의 기어 제조 기술력이 이러한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단순한 이야기성 테마를 넘어, 전방 산업 업황 개선이 일정 부분 뒷받침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지정학 이슈와 연계된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는 단기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과정에서 철도 인프라 재건이 필수 과제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철도 차량용 기어를 생산하는 서암기계공업이 잠재 수혜주로 거론됐다. 특히 종전 협상 가능성 등 정치 이벤트가 부각될 때마다 관련 종목군이 급등락을 반복해 온 만큼, 향후 뉴스 흐름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회사 내부 이슈로는 일본 스즈키세이키 지분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가 관심을 모은다. 서암기계공업은 스즈키세이키 지분 90%를 취득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했고, 이를 통해 다이캐스트 금형 부품 등 신규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본업인 공작기계 부품 성장 정체를 보완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적 기여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단계”라는 신중한 시선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재무와 밸류에이션을 살펴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2024년 예상 매출액은 424억 원 수준으로 집계되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PER은 사실상 의미를 잃거나 일시적으로 급등한 상태다. 다만 PBR은 0.7배 수준에 그쳐 청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도 맞물린다. 부채비율 12.74%, 유보율 936% 등 재무 건전성 지표는 업계 상위권으로 평가받아, “실적은 둔화됐지만 재무 구조는 견조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는 장단점이 명확히 갈린다. 서암기계공업은 낮은 부채비율과 높은 유보율, 상대적으로 낮은 PBR 덕에 가격 매력도가 부각된다. 반면 최근 영업 적자 전환으로 실적 가시성이 떨어지고, 시가총액이 작아 수급에 따른 주가 왜곡과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대로템처럼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종목과 달리, 서암기계공업은 뉴스·테마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형적인 모멘텀주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 시장에서는 단기 추가 상승과 급락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분위기다. 상한가 마감에 따른 이튿날 갭 상승 및 추가 시세 분출 시도가 나올 수 있지만, 4,955원 가격대를 지지선으로 삼지 못할 경우 차익 매물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회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 단기 매매 전략에서는 4,500원 선을 단기 기술적 지지 구간으로 설정하고, 이 가격을 하향 이탈할 경우 조정 심화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공시 없이 주가가 급등한 점을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다. 테마성 매수세가 빠져나갈 경우 하락 속도가 상승보다 더 빠를 수 있어서다. 여기에 2024년 영업 적자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펀더멘털 기반 중장기 투자 종목이라기보다 수급과 뉴스에 따라 접근해야 하는 단기 트레이딩 종목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정세 변화와 국내 스마트 팩토리 정책 방향, 조선·자동차 등 전방 산업 수요 흐름이 향후 주가 변동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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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기계공업#스마트제조#우크라이나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