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안에 종합커뮤니티 만든다"…네이버, 라운지로 공론장 재도전
포털 중심의 대형 커뮤니티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네이버가 내년 1월 검색과 피드, 채팅 기능을 모두 엮은 신규 오픈 커뮤니티 라운지를 공개하기로 하면서다. 과거 다음 아고라가 맡았던 온라인 공론장 역할을 현재는 개별 커뮤니티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가 나눠 가진 상황에서, 국내 대표 포털 사업자가 직접 통합 커뮤니티를 띄워 여론 형성과 이용자 체류시간 경쟁 구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행보가 국내 포털 서비스의 두 번째 공론장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는 26일 내년 1월 28일 오픈 커뮤니티 서비스 라운지를 정식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 등에서 볼 수 있는 다중 주제 게시판을 포털 내부에 구현하겠다는 전략으로, 네이버 유머 게시판으로 대표됐던 과거 UGC 공간을 확장·재정비한 형태다. 별도 회원 가입 절차 없이 네이버 계정만으로 접속해 엔터, 스포츠, 유머, 일상 등 다양한 주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라운지의 기술적 중심축은 주제별 게시판과 오픈톡의 자동 연계다. 이용자가 특정 주제 게시판에 들어가면 해당 게시판과 연결된 오픈톡 방이 바로 노출돼, 게시글 작성과 댓글, 실시간 대화가 한 화면 흐름 안에서 이뤄지도록 설계된다. 기존 카페가 폐쇄형 커뮤니티 구조에 가깝다면, 라운지는 주제 단위로 불특정 다수가 쉽게 출입하는 개방형 구조에 가깝다. 네이버는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에서 축적한 콘텐츠 운영·관리 기술과 신고·제재 시스템을 라운지에 그대로 이식해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색과 피드, 채팅을 수평적으로 묶은 것도 기존 서비스와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용자가 통합검색에서 특정 이슈를 찾다가 관련 라운지 주제에 유입되고, 다시 홈피드와 주제피드에서 연관 게시글을 추천받는 식의 선순환 구조를 노린 것이다. 네이버는 지식인에서 질의응답 형태로 축적된 정보, 블로그와 카페에 분산된 리뷰·후기·토론 콘텐츠가 라운지와 연동되면, 동일 이슈를 둘러싼 정보 소비와 실시간 토론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설계는 포털이 다시 공론장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다음 아고라는 사회·정치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토론의 장으로 작동했지만, 폐쇄 이후 그 역할이 이슈별 커뮤니티와 소셜 플랫폼으로 분산됐다. 네이버는 라운지를 통해 기존 네이버 카페처럼 운영자가 관리하는 폐쇄형 커뮤니티가 아닌, 주제 중심의 오픈형 공론장을 구현해 이 공백을 일부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치·사회 이슈가 집중되는 경우 포털의 의제 설정 영향력과 콘텐츠 조정 기준이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커뮤니티 시장 측면에서는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클리앙 등 외부 플랫폼과의 경쟁 구도도 관전 포인트다. 이들 서비스는 익명성, 빠른 밈 생성, 강한 이용자 결속력으로 성장해 왔지만, 광고 수익 기반과 규제 대응 역량에서는 대형 포털에 비해 제약이 있다. 네이버는 라운지에 통합 로그인과 네이버페이, 쇼핑·콘텐츠 추천 등을 엮을 수 있어,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고 광고·커머스 연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 반면 외부 커뮤니티에 비해 익명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운영 규칙이 엄격하다는 점이 이용자 유입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콘텐츠 관리와 이용자 보호를 둘러싼 규제 환경도 라운지의 성장 속도를 좌우할 요소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형화할수록 허위정보, 혐오 표현, 명예훼손 콘텐츠의 확산 위험이 커지며, 정보통신망법과 플랫폼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관리 책임도 강화되는 추세다. 네이버는 기존 검색·동영상·카페에서 운용해 온 필터링과 신고, 제재 시스템을 라운지에 접목해 유해 게시물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공론장 기능을 내세운 서비스 특성상 표현의 자유와 콘텐츠 조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작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네이버는 서비스 초기 활성화를 위해 공식 서포터즈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라운지 메이트로 명명된 서포터즈 500명을 내년 1월 4일까지 라운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모집하고, 선발된 인원은 내년 2월부터 6개월간 주제 발굴, 게시글 작성, 피드백 제공 등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활동 기간 동안에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 인센티브도 제공해 초기 핵심 이용자층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커뮤니티 서비스 특성상 론칭 초기 활발한 게시글과 댓글 흐름이 형성되느냐가 서비스 정착의 관건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일구 네이버 콘텐츠서비스 부문장은 라운지를 이슈와 트렌드, 관심사를 둘러싼 가벼운 소통 수요에 맞춘 오픈 커뮤니티로 정의했다. 그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주제별 트렌드가 모이는 공간으로서 검색, 홈피드, 오픈톡 등과의 시너지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라운지가 충분한 이용자 참여를 확보할 경우, 포털이 다시 여론 형성과 트렌드 생산의 핵심 무대로 복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용자 자율성과 플랫폼 책임 사이에서 어떤 운영 원칙을 세우느냐가 장기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는 라운지가 개별 커뮤니티 중심으로 분산된 온라인 담론 지형 속에서 실제 공론장 역할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