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전라선 좌석난 완화 기대”…KTX·SRT 단계적 통합으로 본 지역 이동권 변화
KTX와 SRT를 단계적으로 통합 운영하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좌석 부족과 요금 부담에 시달려온 호남선·전라선 이용객들의 불편이 얼마나 줄어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남도가 수년간 제기해온 이동권 개선 요구가 정책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면서, 지역 교통 격차 문제를 둘러싼 논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8일 “그동안 분리 운영해온 고속철도 이원화 구조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KTX·SRT 통합 운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추진안에는 수요가 많은 수서발 노선의 좌석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역에 SRT를, 수서역에 KTX를 교차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속철도 운행 거점을 묶어 차량 회전율을 높이고, 특정 노선에 집중된 좌석난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전남도는 평택~오송 고속철도 병목 구간 개량이 2028년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그 이전까지는 차량 운용을 묶는 KTX·SRT 병합 운영이 가장 현실적인 좌석 공급 확대 방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전남도 관계자는 “병목 구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실제로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단은 운행 방식 조정과 열차 회전율 제고뿐이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통합 운영 체계가 적용될 경우, 주말 기준 하루 호남선 좌석은 4684석, 전라선 좌석은 191석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KTX-산천 열차 1편성(379석 기준)으로 환산하면, 호남선은 12회, 전라선은 1회 증편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남 주요 도시에서 수도권까지 이동 수요가 분산되면서, 그동안 온라인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던 열차 좌석난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좌석 확충은 단순한 교통 편의 차원을 넘어, 의료·교육·문화 인프라 이용 격차를 줄이는 수단으로도 거론된다. 지방 대형 병원이나 서울 소재 대학·학원, 공연장 등을 정기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주민들의 이동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고속철도 좌석 부족 문제는 도민 이동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응급 의료와 필수 교육·문화 접근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요금 부담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2026년 말까지 KTX와 SRT 예매·발매 시스템을 통합한 뒤, SRT에도 코레일의 주요 할인 제도를 동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일반열차 환승할인 30%, 지역사랑 철도여행 할인 50%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SRT 이용객도 일반열차와 연계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지난 9월 개통한 목포–보성선과의 연계 이용 역시 비용·환승 면에서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전남도는 KTX·SRT 통합 운영 추진이 그동안의 건의 사항이 일부 수용된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호남선·전라선 좌석 부족과 요금 부담 문제는 민선 7기부터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온 사안”이라며 “이번 정부 발표는 전남도의 요구가 정책 변화로 구체화된 의미 있는 성과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개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도는 향후 정부를 상대로 △20년 전 오송역 분기 결정으로 인한 노선 우회 추가요금 문제 개선 △호남선·전라선 열차 편성 확대(현재 10량을 20량 수준으로 단계적 증편) 등을 지속 건의할 계획이다. 노선 구조와 차량 편성이 함께 조정되지 않을 경우, 특정 시간대 좌석난과 요금 형평성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철도 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합 운영 세부 방식, 운임 체계 조정, 코레일·SR 간 조직 통합 문제 등 쟁점이 남아 있어서다. 정부와 지자체, 철도 운영기관 간 협의 과정에서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만큼, 추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