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명령 거부권 명문화 필요"…국방부,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에 찬성 입장
위법 명령을 둘러싼 지휘체계 논란과 국방부가 맞붙었다. 군인의 위법 명령 거부권을 군인복무기본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안보와 헌정 질서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국방부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위법한 명령에 대해 군인이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보고했다. 소위에는 지난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범여권 의원 10명이 발의한 개정안이 상정돼 논의됐다.

개정안은 위법하고 부당한 명령에 대한 군인의 거부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국방부는 이에 공감하면서도, 헌법 수호와 지휘체계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수정 의견을 함께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우선 명령 복종 의무를 규정한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 개정을 제안했다. 현행 조문이 규정한 군인의 무조건적 복종 의무를 바꿔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정당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단,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위법 명령 거부권과 불이익 금지 조항을 동시에 명시하겠다는 취지다.
또 명령 발령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제24조에 "군인은 헌법과 법령을 준수해 명령을 발령해야 한다"는 문장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관의 책무를 규정한 제36조도 "상관은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법규 및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자신의 권한 밖의 사항 등을 명령해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규정을 "상관은 헌법 또는 법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자신의 권한 밖의 사항 등을 명령해서는 아니 된다"로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헌법 준수 의무를 조문에 분명히 새겨 넣겠다는 의도다.
국방부는 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헌법교육 의무화 조항도 별도로 제안했다. 제20조 충성의 의무 조문에 "군인은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하고,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군인에게 헌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도입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위법 명령의 유형과 대처 방안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소위에서 설명했다.
다만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제25조에 새로 들어가는 "정당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문구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정당성 판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를 둘러싼 해석 싸움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정당성 판단을 전제로 한 지휘체계는 전시에 온전히 작동할 수 없고, 전체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하가 명령 적법성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개정안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며 위법 명령 거부권 명문화에 따른 지휘 혼선과 전시 작전 수행 차질을 우려했다.
여권은 군이 헌법 질서의 최후 보루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위법 명령 거부와 헌법 수호 의무를 명시해야 향후 비상사태에서 군이 정치적 중립성과 헌정 질서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여권은 헌법과 법령을 기준으로 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법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안소위에서는 양측 주장이 맞서며 격론이 이어졌다. 명령 정당성 판단을 둘러싼 해석 논란과 함께, 현장 지휘관과 장병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교육과 지침을 통해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과, 조문 자체가 군 기강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맞부딪힌 것이다.
결국 소위는 장시간 논의 끝에 안건 심사를 일단 보류했다.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고, 관련 법안은 26일 법안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위법 명령 거부권을 명문화하자는 방향에 힘을 실은 만큼, 향후 소위 재논의 과정에서 조문 수정과 보완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위법 명령 거부와 헌법교육 의무화 등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지휘체계 안정과 헌정 질서 수호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