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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AI 코딩까지”…기재부 카이스트와 손잡고 행정 혁신 나선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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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교육이 중앙부처 행정 현장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촉매로 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카이스트와 함께 4개월 동안 운영한 실습형 AI 교육 과정을 통해 외신보도 동향 분석 AI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 결과물이 도출되면서, 정책 기획과 집행 단계 전반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도입이 가속화될 조짐이 포착됐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 환경에서, 이번 과정은 공무원들이 AI 코딩과 챗봇 개발까지 직접 수행한 사례로 평가받으며 공공부문 AI 리터러시 확산의 분기점으로 거론된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AI 역량 강화 교육 종강식을 열고 지난 4개월간 추진한 인공지능 교육 과정의 성과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교육은 기획재정부가 카이스트 김재철 AI대학원과 연계해 설계한 실습 중심 전문 과정으로, 정책 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AI 활용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총 8회에 걸쳐 진행됐고, 온오프라인을 합산해 기재부 직원 350여명이 참여했다.

커리큘럼은 행정 업무에 직접 적용 가능한 AI 코딩 실습, 대국민 응대 자동화를 겨냥한 챗봇 개발, 재정·거시지표를 다루는 데이터 분석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 이론 교육이 아니라 실제 정책 데이터나 행정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비전공 공무원도 기계학습 모델 구현과 데이터 전처리 과정을 경험하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텍스트 분석, 자연어 처리, 질의응답 기반 챗봇 등 언어형 AI 기술 비중을 높여, 공문서·보고서·외신 분석 등 기재부 특화 수요에 맞춘 맞춤형 교육을 지향했다는 설명이다.

 

종강식에서는 교육 과정에서 도출된 실무 프로젝트 성과가 다수 공개됐다. 참여자들은 AI를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공통 주제로 삼고, 각 실국의 현안과 연계한 자동화·지능화 아이디어를 기획해 실제 구현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단은 행정 업무의 반복 작업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세제·산업 정책 수립 과정의 데이터 분석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된 외신보도 동향 분석 AI는 해외 주요 언론 기사와 경제 분석 리포트를 자동 수집·분류하고, 키워드와 감성 분석을 활용해 정책과 직결되는 핵심 이슈를 추려내도록 설계됐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다수의 외신을 모니터링하고 정리해야 했지만, 자연어 처리 기반 AI를 도입할 경우 관심 국가와 산업, 정책 키워드별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환율, 무역 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신속한 상황 파악에 기여할 수 있어, 거시경제 정책 대응 속도와 정교함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수 프로젝트로 발표된 정보교환협정 네비게이터 챗봇은 각국과의 조세 정보교환협정과 관련 법령, 실무 절차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국제 조세 업무 담당자나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문서를 일일이 검색하지 않고도 필요한 조항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재부는 향후 이 같은 프로젝트를 고도화할 경우, 세제 협상·조세 조약 해석, 국제기구 대응 등 고난도 업무에까지 AI 기반 지식 검색 도입이 확산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교육 과정은 공공부문에서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외주 용역이나 민간 플랫폼 의존도가 높았다면, 이제는 정책 담당자가 스스로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 동작 원리를 이해한 상태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과의 협업 범위를 설계하는 형태로 역할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복 행정의 자동화뿐 아니라,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에서 정책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영역에서 AI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정부 부처의 AI 역량 내재화 움직임은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정책 분석과 입법 지원을 위해 자연어 처리 기반 문서 분석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고 있고, 재정 지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중앙부처 차원의 AI 전문 교육과 실습형 프로젝트를 결합한 사례가 누적될수록, 정책 품질의 균질성 제고와 행정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AI 혁신이 정책 기획과 집행 전 과정을 아우르는 행정 인프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교육 과정에 참여한 직원들의 노력을 언급하면서, 심화 교육과 분야별 특화 과정을 지속 확대해 기재부 전 직원을 실질적인 AI 전사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정·세제·산업정책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정송 카이스트 김재철 AI대학원장은 이번 과정이 공공부문 AI 활용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의 확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기재부와 협력해 공공부문 특화 AI 인재 양성과정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설계한 이번 교육 모델을 기반으로, 추후에는 정책 데이터셋 구축, 알고리즘 검증 체계, 윤리 가이드라인 등까지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이번 교육을 통해 도출된 우수 프로젝트와 활용 사례를 대표 혁신 과제로 선정해 전 직원과 공유하고, 실제 업무에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기반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AI 기반 행정 혁신이 일회성 교육이 아닌 상시 운영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산업계와 정책 당국 모두가 향후 진척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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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카이스트#외신분석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