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기데이터 분석…축구 대표팀, 알제리 참사 반복 막을까
AI 전력 분석 기술이 축구 대표팀의 준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감독과 분석관의 경험, 제한된 영상 자료에 의존해 상대 전력을 파악했다면, 최근에는 수천 경기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패턴을 읽어내는 분석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이천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복병으로 꼽으면서, 국내 축구계에서도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한 정밀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한 번의 준비 부족이 알제리전과 같은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데이터 기반 전략이 월드컵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프로 구단과 국가대표팀은 선수 위치 정보 시스템과 경기 추적 카메라를 도입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쌓고 있다. 공을 소유하지 않는 시간의 움직임, 압박 거리, 라인 간 간격, 역습 전개 속도 등 사람이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지표들을 수치로 정리한 뒤, AI가 패턴을 학습해 특정 팀의 전술 성향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같은 포메이션을 쓰더라도 팀마다 전환 속도, 측면 활용 빈도, 세트피스 루틴이 미세하게 다른데, AI는 수백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차이를 확률 값으로 보여준다.

이천수가 경계 대상으로 꼽은 남아공은 아프리카축구연맹 네이션스컵과 월드컵 예선에서의 경기 영상과 트래킹 데이터가 이미 일정 수준 축적돼 있는 팀이다.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아프리카 예선 조 1위를 차지할 때까지의 빌드업 패턴, 압박 위치, 교체 후 전술 변화 등을 AI로 분석하면, 전통적인 스카우팅보다 더 세밀한 대비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국 리그 기반 선수들로 구성된 팀 특성상 국내 리그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해 온 현지 클럽과의 데이터 공유와 협력도 준비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축구 전력 분석에 적용되는 AI는 주로 시계열 분석과 컴퓨터 비전이 결합된 형태다. 경기 영상에서 선수와 볼 위치를 자동 인식한 뒤, 시간 축을 따라 움직임을 추적해 ‘상대가 언제, 어느 구역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는지’를 모델링한다. 과거에는 수동 태깅을 통해 몇십 개 장면을 뽑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한 경기에서 수천 개 이벤트를 추출해, 득점 가능성이 높은 패턴과 실점 위험을 모두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아프리카 팀 분석에 있어 AI의 장점은 편견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이천수가 언급했듯 과거에는 아프리카 팀이 개인기에 의존한다고 평가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대회 데이터를 보면 라인 간격 유지, 압박 타이밍, 세컨드볼 회수율 등 조직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로 나타난다. AI는 이런 변화를 수치와 시각화 결과로 보여줘, 기존 인식에 기반한 준비보다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전술 수립을 돕는다.
글로벌 축구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 기반 전력 분석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유럽 상위 리그와 주요 국가대표팀은 AI 분석 전문 회사를 통해 전 세계 리그와 대표팀 경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특정 국가나 리그 출신 선수들의 공통 패턴까지 모델링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상대해야 할 멕시코 역시 자국 리그와 대표팀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구축해, 홈 이점을 극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축구협회와 프로 구단들이 경기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왔지만, 아프리카 팀처럼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를 상대로는 여전히 데이터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과 중계권, 리그별 데이터 접근 제한 탓에, 특정 팀에 대한 장기적인 전력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위성 리그나 대륙별 대회에서의 공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고, 현지 연맹이나 클럽과의 데이터 공유 협약을 추진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분석 결과를 실제 전술 훈련에 녹여내는 역량, 즉 코칭스태프와 분석팀, 체력팀이 함께 AI 리포트를 해석하고, 어떤 장면을 훈련 항목으로 전환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알제리전 같은 패배는 개별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 전환 속도와 침투 패턴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였다는 평가도 있어, 이번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AI 분석 결과와 훈련 프로그램의 연동 수준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북중미 월드컵이 국내 대표팀의 데이터 활용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아공과 같은 복병을 상대로 알제리 참사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전력 분석에서 벗어나 AI와 데이터에 기반한 준비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산업계는 대표팀의 성과와 무관하게, 스포츠 분야에서 축적된 데이터 분석 기술이 향후 의료, 모빌리티, 제조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결국 스포츠에서 시작된 AI 분석 경쟁이 IT·바이오 전반의 혁신 속도를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