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물로 입 헹구기…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위험 경고
환경성 세균인 비결핵항산균이 일상적인 샤워 습관을 통해 폐로 침투할 수 있다는 병원 측 경고가 나왔다. 특히 샤워 중 샤워기 물로 입을 헹구는 행동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호흡기 질환 취약군이 늘고, 고령 환자 중심으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진단 건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활 환경 관리가 새로운 예방 축으로 부각되는 흐름이다. 업계와 의료계는 물 관련 설비와 위생 관리 서비스 시장 확대를 촉발할 변수로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12일 병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오래된 샤워기 헤드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임 교수는 샤워기 내부에 비결핵항산균이 서식할 수 있으며 샤워 과정에서 물방울과 에어로졸 형태로 주변에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샤워기 물로 입을 헹구는 행동은 세균이 구강과 기도로 직접 유입될 통로가 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결핵균을 제외한 마이코박테륨 속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폐감염 질환이다. 일반 결핵과 달리 사람 간 전염이 거의 보고되지 않고, 주로 환경에 존재하는 균을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시면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번 발병하면 재발률이 약 50퍼센트에 달해, 재발률 5퍼센트 수준으로 알려진 일반 결핵보다 10배 이상 높다.
가족 구성원 중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는 사례에서도 직접 전염보다는 같은 집안의 수도관, 샤워실, 가습기 등 동일한 환경에 노출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이 환경 관리와 위생 습관 개선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비결핵항산균은 토양과 물에 널리 존재하는 비병원성 환경균으로, 농장이나 텃밭에서 흙을 다루는 과정뿐 아니라 수돗물, 배관, 가정용 샤워기, 가습기 등 수계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검출된 바 있다. 특히 샤워기 헤드는 내부에 물이 고이고 미세한 생물막이 형성되기 쉬워 세균 증식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임 교수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샤워기 헤드를 6개월 간격으로 교체하는 등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진단 과정도 간단하지 않다. 몇 개월에 걸친 객담 검사, 영상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통해 균 존재 여부와 폐 손상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진단 이후에도 단순 균 검출만으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가래 양과 객혈 여부, 병변의 범위, 폐 안에 공동이 형성됐는지 등을 고려해 치료 필요성을 결정한다.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수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복수 항생제를 병합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발은 외부 환경에서 균이 다시 흡입되는 경우와, 체내에 소량 남아 있던 균이 다시 증식하는 두 경로로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임 교수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을 완치보다는 장기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 범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비결핵항산균 가운데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는 특히 치료가 까다로운 균주로 꼽힌다. 임 교수는 이 균에 감염된 경우 최소 두 가지 정맥주사용 항생제를 병합해야 하고, 약제 선택 폭이 제한적이라 치료 실패와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통, 소화불량, 피부 착색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약물 요법으로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병변이 국한된 부위를 중심으로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전신 상태 관리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체질량지수, 즉 BMI를 23 전후로 유지해 저체중을 피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영양 상태가 나쁘고 체중이 지나치게 낮으면 면역 방어력이 떨어져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에서는 항생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보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복용을 임의로 하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임 교수는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이 환자 삶의 질을 장기간 저하시키는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샤워기와 가습기 등 생활 속 물 환경 관리, 적정 체중 유지, 약물 복용 수칙 준수 등 생활 관리가 치료만큼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가정용 위생 설비, 물 위생 모니터링, 맞춤형 호흡기 관리 서비스 등 연계 시장이 확대될 여지도 주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환경 관리와 의료 관리가 결합된 통합 방역 체계가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