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서 공장으로 향한 네오”…노르웨이 1X, 산업용 전환에 로봇 1만대 계획과 실효성 논란
현지시각 기준 12일, 노르웨이(Norway) 로봇 스타트업 1X가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의 활용 무대를 산업 현장으로 옮기는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 전략 전환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초점이 가정보다 공장과 물류센터 등 기업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국제 로봇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외신 비트코인월드(bitcoinworld)는 2025년 12월 12일 보도를 통해 1X가 주요 투자사인 EQT의 포트폴리오 기업들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1만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공급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현지시각 기준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네오는 제조, 창고, 물류 등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EQT 산하 약 300개 기업에 우선 배치될 예정이다. 당초 “가정 생활을 변화시킬 최초의 소비자용 휴머노이드”로 홍보된 제품이 기업 간 거래(B2B)로 방향을 튼 셈이다.

1X의 이번 결정은 소비자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직면한 현실을 반영한 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오의 가격은 대당 약 2만 달러로 추산되며, 이 같은 높은 단가와 가정 내 사생활 침해 우려, 가사 노동이 갖는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특성 등이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에 비해 공장과 물류센터는 작업 패턴이 반복적이고 환경이 상대적으로 통제돼 있어, 로봇 도입 시 노동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 등 투자수익률을 산정하기 용이하다는 점이 1X의 전략 수정 배경으로 거론된다.
주목되는 점은 이번 계약에 투입될 모델이 1X가 기존에 개발해온 산업용 휴먼 로봇 ‘이브(Eve)’가 아니라, 가정용으로 설계된 네오라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용 플랫폼 자체를 경공업 임무에 재활용함으로써, 추가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피규어(Figure) 등 처음부터 상업적 용도에 초점을 맞춘 경쟁사들과 격차를 좁히기 위한 실용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외신이 전한 ‘최대 1만 대’라는 공급 규모는 그대로 확정 물량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EQT가 중앙에서 일괄 구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1X가 EQT 포트폴리오 기업 각각과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만 대는 계약 상 허용된 상한선이자 잠재 목표치에 가까우며, 실제 주문량은 각 기업의 도입 의지, 파일럿 테스트 결과, 현장 적합성 평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로봇 산업 내에서는 “상징적 수치와 실제 배치 규모가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기술적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네오는 가정 환경 기준으로 관절 강도, 센서 민감도, 외형 내구성이 설계됐기 때문에,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요구되는 고강도·고빈도 작업을 장기간 견뎌낼 수 있을지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 로봇이 반복적인 적재·운반 업무나 장시간 작업에 투입될 경우, 마모 속도와 고장률, 유지보수 비용이 초기 기대 수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디지털 보안과 안전 규제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네오는 원격 제어나 클라우드 기반 업데이트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경우 생산 공정, 물류 흐름 등 민감한 기업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 또 인간 근로자와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는 협동 로봇으로 운용될 경우, 각국 산업안전 규제에 맞는 충돌 방지, 비상 정지, 작업 구역 분리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EU)과 미국(USA) 등 주요 시장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한 안전·책임 규율을 정교화하는 가운데, 1X가 어떤 인증과 규제 대응 전략을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국제 로봇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를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의 새로운 국면으로 본다. 여러 연구자와 컨설턴트는 그동안 “휴머노이드가 가정 내에서 집사 역할을 수행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기술·규제·문화적 진화가 필요하다”고 전망해 왔다. 반면 공장과 창고, 물류 허브처럼 구조가 단순하고 역할이 분명한 환경에서는 이미 단기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1X의 전략 선회도 이런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금융·기술 매체들은 EQT라는 대형 사모펀드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내부 생태계 실험’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수의 포트폴리오 기업에 네오를 순차 도입해, 다양한 산업에서의 생산성 데이터와 고장 패턴, 인간-로봇 협업 모델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부에서는 “1X가 EQT 그룹 내부에서 성공 사례를 확보할 경우, 이후 다른 글로벌 투자사와 대규모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1X의 성패가 세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고 본다. 첫째, 1만 대라는 수치가 목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주문과 배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둘째, 가정용 설계를 바탕으로 한 네오가 산업 환경에서 기대 수준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셋째, 사이버 보안과 산업 안전 규제 문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해결할 수 있을지다. 국제사회와 로봇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전략 전환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상용화에 가속도를 붙일지, 혹은 한계와 위험을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