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현장 제지 길 열렸다”…경찰직무집행법 통과, 연말 국회 필리버스터 재점화 전망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고비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을 둘러싼 갈등이 예고되면서 연말 국회가 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국회는 14일 본회의에서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경고와 제지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일부터 나흘 동안 처리 일정을 잡았던 쟁점 법안 가운데 마지막 안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대상으로 무제한 토론에 들어가자 이날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종결했다. 이후 조국혁신당 등 친여 성향 야당과 공조해 표결에 나서면서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이로써 3박 4일간 이어진 임시국회 1차 필리버스터 대치는 일단락됐다.
개정안은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경찰이 현장에서 신속히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부여했다. 경고, 제지 등의 조치를 명문화해 접경지 주민 안전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이 법은 이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항공안전법 개정안과 맞물려 입법 효과를 내도록 설계됐다.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통제구역 내에서 외부 부착 물건의 무게와 관계없이 무인 비행기구 비행을 금지해, 드론 등 무인 비행기구를 활용한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봉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법안을 놓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행위 규제가 2023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의 부활에 가깝다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여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헌법 합치성 문제를 재차 제기하며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여야의 첫 번째 필리버스터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국회 논쟁은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연말 처리 대상으로 올려놓으면서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임시국회 일정과 관련해 "국회의장과 협의 중"이라며 "21일 또는 22일 개의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법안 처리 일정과 범위는 본회의 개의 시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21일 시작이면 24일까지 3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22일 개의한다면 2개 법안만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안별 처리 우선순위를 국회의장과 협의해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법안으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꼽힌다. 김 원내대변인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상정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가능성이 높다"며 "최종 확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연말 본회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내란과 내란음모 등 특정 중대범죄를 전담 심리하는 재판부를 두는 내용으로 알려져 헌법상 재판제도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위헌 요소를 걷어내기 위한 조문 정비 작업도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법이 연말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두고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권은 사법 신뢰 회복과 중대 범죄 전담 심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정 사건을 겨냥한 입법이라며 정치 재판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표현의 자유와 온라인 규제 수준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또 다른 충돌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회는 14일까지 이어진 1차 필리버스터 공방을 마무리했지만, 21일 또는 22일로 거론되는 본회의 재개 시점을 전후해 다시 긴장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연말 일정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포함될 경우 여야가 재차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연말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격렬한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국회의장 중재와 여야 원내 지도부 간 협상 여부에 따라 정국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이달 하순 예정된 본회의에서 남은 쟁점 법안을 놓고 다시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