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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김유미, 옥수수밭 아련한 손끝→안성의 하루가 빚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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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김유미, 옥수수밭 아련한 손끝→안성의 하루가 빚은 눈물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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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볕이 스며든 안성 들녘, 3만 평 옥수수밭을 일구는 김유미의 젊은 어깨에는 아버지의 꿈과 자신만의 삶이 교차했다. ‘동네 한 바퀴’는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하루를 살아가는 지역의 얼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작은 일상의 숨결이 세상 어느 감동 못지않음을 전했다. 김유미는 아버지의 예기치 않은 사고 이후, 두렵고 서툴렀던 마음을 꾹꾹 다독이며 자연의 흐름을 따라 쌓은 세월로 청년 농부가 됐다. 옥수수수염을 만지는 소녀의 손끝에서 이제는 누군가의 듬직한 어른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15년째 절구 소리와 온기로 청국장을 빚는 한상연, 그리고 시어머니 김영희. 두 사람은 부드러운 시간의 힘으로 가족과 마을의 사연을 함께 발효해 왔다. 서울살이 끝에 다시 안성에 정착하며 닥친 고된 현실조차, 쿵덕쿵덕 삶의 조각이 돼 밥상 위에, 이웃의 마음에 새겨졌다.

청년 농부의 손끝…‘동네 한 바퀴’ 김유미, 3만 평 옥수수밭→안성의 삶을 지키다 / KBS
청년 농부의 손끝…‘동네 한 바퀴’ 김유미, 3만 평 옥수수밭→안성의 삶을 지키다 / KBS

목판화가 이윤엽은 남풍리의 풍경을 조각칼로 오래도록 쌓아 올렸다. 나무결 위에 담긴 마을의 흔적과 할머니의 미소, 그 손길마다 고된 시간과 온기, 그리고 예술가의 남모를 눈물이 번졌다. 한때는 극장 간판화가의 꿈을 품었으나, 결국 소박한 안성 땅에 앉은 예술을 선택한 이윤엽의 인생도 그 고요함 속에서 북받치는 울림을 선사했다.

 

건강을 잃은 뒤 산 속 약초와 보양식에서 치유의 힘을 찾은 최범, 김도이 부부의 이야기도 공개됐다. 아내의 손길로 다시 살아난 심장, 국물 한 모금에 스며든 계절과 사랑이 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이 돼 줬다. 약초로 우려낸 국물, 그리고 해신탕에 담긴 진심은 두 사람이 삶을 다시 껴안는 방식이었다.

 

안성천을 거닐며 풀벌레를 담아내는 사진사 정영복의 렌즈에도 잊혀진 시간과 작은 생명의 떨림이 꼼꼼히 남았다. 서울에서 편견과 힘겨움 속을 지나온 그가 택한 것은, 마을 새벽의 고요함 그리고 인간 너머로 번지는 생명의 흔적이었다.

 

묵묵히 흙을 일구는 손끝, 나무와 곡식 사잇길, 새벽의 강물, 이름 없는 작은 시작들이 모여 안성이라는 이름을 완성했다. 살아내는 매 순간, 서로를 좇아 붙든 이유와 시간은 지역을 지탱하는 버팀목임을 ‘동네 한 바퀴’는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336화 소박한 행복의 기록은 9월 13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시청자의 저녁에 온기를 더할 예정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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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동네한바퀴#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