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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의 온기, 천지연에 흐르다”…서귀포칠십리축제에서 만나는 제주 라이프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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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천지연폭포 옆으로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따뜻한 향토 음식 냄새가 골목마다 번지고, 어른부터 아이까지 잔치의 흥에 취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축제의 계절이다. 예전에는 한 집안의 큰일이나 명절에나 보던 풍경이지만, 이제 서귀포칠십리축제는 바쁜 일상에 쉼표를 가져다주는 특별한 순간이 됐다.

 

요즘 제주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축제가 인기를 끈다. 주민은 물론 잠시 머무는 여행자, 이방인까지도 자연스럽게 참여해 삶의 이야기를 나눈다. SNS에는 사람들이 다 함께 걷는 퍼레이드, 예쁜 한복을 입고 서귀포의 맛을 음미하는 인증샷이 하나둘 늘어간다. 가족이 함께 꾸민 행사, 자신만의 추억을 남기는 이들도 눈에 띈다.

향토 음식부터 신명나는 퍼레이드까지…‘서귀포칠십리축제’ 제주 서귀포서 열린다
향토 음식부터 신명나는 퍼레이드까지…‘서귀포칠십리축제’ 제주 서귀포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서귀포칠십리축제 방문객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세대를 넘나드는 참여가 늘면서, 칠십리 연극제나 청소년 페스타처럼 젊은 감성이 묻어나는 프로그램도 대세로 떠올랐다. 전통음식과 잔치문화, 지역 예술인 무대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이들의 기대 역시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축제의 힘을 ‘공감의 문화’라 표현한다. 한 문화연구자는 “생생한 잔치 풍경, 손끝으로 전해지는 음식의 정성이 지역의 역사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잇는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특별한 집단만의 행사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공감의 시간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느꼈다.

 

축제를 찾은 한 관광객은 “모처럼 가족과 함께 고소한 전복죽을 나누며 아이들과 전통놀이를 즐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은 “매년 같은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익숙한 삶에 작은 변화가 스며든다”는 말을 남겼다. ‘축제’라는 말 뒤에 붙는 아날로그 감성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드는 듯하다.

 

그만큼 서귀포칠십리축제는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켜온 전통 속에 누군가의 오늘이 어우러지고, 다양한 목소리가 하나의 추억을 만들며, 삶의 결은 더욱 풍성해진다. 축제가 끝나도, 천지연폭포 옆 고요한 길 위엔 잔치의 온기가 오래도록 머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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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칠십리축제#천지연폭포#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