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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는 큰 화면으로 본다”…스마트폰 주춤, TV 재부상에 업계 촉각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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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이 일상화되면서도 시청 기기는 다시 거실 TV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이용률은 이미 정점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재난 상황 정보 신뢰도와 오리지널 콘텐츠 소비, 대형 화면 선호가 맞물리며 TV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OTT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어느 기기에서 소비되는가’가 플랫폼 전략의 새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표본조사구 내 5566가구, 13세 이상 남녀 8320명을 대상으로 방문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 5일 이상 사용하는 매체와 OTT 이용 행태, 재해 재난 상황에서의 정보 신뢰 매체, 유료방송·온라인 오디오 등 다양한 플랫폼 이용 패턴을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스마트폰 이용은 사실상 정체 구간에 진입한 반면, TV 이용은 완만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 5일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율은 92%로 전년 92.2%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TV 이용률은 69.1%에서 70.9%로 상승했다.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TV 이용률이 올라,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80% 이상이 주 5일 이상 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에서는 여전히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메신저 이용이 79.4%로 가장 많았고, 뉴스와 정보 63.4%, 짧은 동영상인 숏폼 42.7%가 뒤를 이었다.

 

생활 속 필수 매체에 대한 인식에서도 양 매체의 온도 차이가 분명해졌다.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꼽은 비율은 74.9%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줄었고, TV는 23%로 0.4%포인트 늘었다. 특히 재해 재난 상황 인식에서 변화 폭이 컸다.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본 비율은 76.5%에서 68.7%로 7.8%포인트 감소한 반면, TV는 21.3%에서 29.7%로 8.4%포인트 상승했다. 재난 발생 시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도 TV 방송이 59.1%로 1위를 차지했고, 포털과 신문 등 17.1%, 메신저 서비스 7.7%, 정부와 지자체 누리집 5.3% 순으로 조사됐다. 급변하는 정보 환경에서 신뢰도 높은 재난 정보 전달 채널로서 TV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기기 보급률을 보면 TV 수상기와 스마트폰 모두 포화 상태에 가깝지만, 세부 구성을 보면 추세 차이가 드러난다. 전체 가구의 TV 수상기 보유율은 전년과 같은 94.9%를 유지했지만, 인터넷 연결과 앱 이용이 가능한 스마트 TV는 65.7%에서 68.4%로 2.7%포인트 늘었다. 1인 가구의 TV 보유율도 88.9%에서 89.9%로 소폭 증가했다. 스마트폰 보유율은 95.3%에서 96%로 더 높아졌는데, 특히 70세 이상에서 73%에서 76.3%로 3.3%포인트 증가해 고령층 디지털 접근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스피커, 웨어러블 기기 등 다른 정보통신기술 기기도 전반적으로 보급세가 이어졌다.

 

이용 시간에서도 미묘하지만 방향성 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전체 이용자의 일평균 TV 이용 시간은 2시간 27분에서 2시간 28분으로 1분 늘었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2시간 6분에서 2시간 5분으로 1분 줄었다. 수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수년간 이어진 TV 시간 감소, 스마트폰 시간 증가 흐름이 각각 반전된 점에 의미가 있다. 1인 가구에서는 변화가 더 뚜렷했다. TV는 하루 평균 2시간 15분에서 2시간 23분으로 8분 증가했고, 스마트폰은 2시간 27분에서 2시간 10분으로 17분 감소했다. 혼자 사는 이용자들이 OTT와 뉴스, 예능을 스마트폰보다 TV로 보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OTT 이용 행태 변화는 이러한 기기별 사용 시간 재조정과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통한 OTT 이용률은 91.2%에서 83.6%로 7.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TV를 통한 OTT 이용률은 23.8%에서 36.4%로 12.6%포인트 뛰었다. 동일 콘텐츠라면 스마트폰보다는 TV의 대형 화면과 음향 환경을 선호하는 비중이 늘고 있고, 스마트 TV와 셋톱박스를 통한 OTT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사용 장벽이 크게 낮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이동 중 시청에 최적화된 스마트폰 중심 소비 패턴이, 집에서는 TV를 중심으로 한 ‘대화면 몰입형 시청’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OTT 자체의 시장 침투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체 OTT 이용률은 81.8%로 상승 추세를 유지했다. 유료 OTT 이용률도 65.5%에 달해, 다수 이용자가 한 개 이상 유료 서비스를 구독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OTT 확산은 10대에서 30대뿐 아니라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40대 OTT 이용률은 85.9%에서 88.9%로 크게 증가했다. 주로 소비되는 콘텐츠 유형은 숏폼 78.9%, OTT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프로그램 68.6%, 유료방송 채널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42.0% 순으로 나타났다. 숏폼 이용자 가운데 5.7%는 최근 한 달 내 숏폼 시청 후 실제 제품을 구매했다고 답해, 짧은 동영상이 전자상거래로 이어지는 경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익 모델 측면에서는 광고형 요금제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료 구독형 OTT 서비스 이용자 중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한 비중은 34.6%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88.4%는 광고 요금제에 만족하거나 불만이 없다고 응답해, 일정 수준의 광고를 감수하는 대신 가격 부담을 낮추려는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광고 기반 수익과 구독 수익을 병행하는 혼합 모델이 단기간에 안정화될 가능성도 있다.

 

OTT 성장의 이면에서 유료방송은 가입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는 되레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료방송 중에서는 초고속 인터넷과 결합상품 중심으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가입률이 늘었고, 디지털케이블TV 가입률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용자들이 유료방송 상품을 선택한 이유로는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묶어 요금 할인을 받는 결합상품 혜택이 40.4%로 가장 많았고, 순수 이용요금 수준이 22.5%로 뒤를 이었다. 가격과 번들링이 여전히 유료방송의 핵심 경쟁 요소인 셈이다.

 

시청 방식에서는 실시간과 다시보기 모두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일주일간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이용자 비율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늘어 오랜 기간 이어지던 감소 흐름을 멈췄다. 주문형 다시보기 시청 비율도 0.6%포인트 증가했다. 라이브 스포츠, 선호 프로그램의 본방 사수와 함께, OTT와 유료방송 VOD가 서로 다른 구간을 메우는 상호 보완 구조가 자리잡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성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전체 매체에서 동반 상승했다. 2025년 기준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 이용률은 지상파에서 64.7%에서 67.9%로 3.2%포인트, 유료방송에서 61.2%에서 65.3%로 4.1%포인트 늘었다. OTT에서도 뉴스 이용률이 24.8%에서 35.1%로 10.3%포인트 급증했고, 시사 및 교육 콘텐츠 이용률도 16.8%에서 21.2%로 4.4%포인트 올라, 엔터테인먼트 중심이던 OTT가 정보·교양 기능을 빠르게 확장하는 양상이다. 음원,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 온라인 오디오 콘텐츠 이용률도 18.4%에서 20.1%로 1.7%포인트 반등했다. K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 국내외 음원 스트리밍 사용을 끌어올리며 오디오 플랫폼 이용률 회복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OTT와 스마트 기기 확산이 거실 TV를 ‘옛 미디어’에서 ‘디지털 허브’로 재규정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스마트 TV 보급, 광고형 OTT 요금제, 숏폼과 쇼핑의 결합 등 새로운 변수들이 겹치며 미디어 지형이 다층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난 정보 신뢰도와 뉴스 이용률 증가가 보여주듯, 신뢰성과 공공성은 여전히 TV와 방송 기반 미디어의 핵심 자산으로 남아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정리한 2025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 보고서를 방송통계포털 등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보고서에 드러난 OTT와 TV, 스마트폰의 역할 재조정이 향후 콘텐츠 투자와 광고 전략, 플랫폼 제휴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주시하고 있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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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ott#스마트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