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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수놓은 1100대 드론”…백제문화제, 다시 찾는 사비의 감동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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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이 오면 부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백제의 옛 영광을 추억하는 지방 문화행사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빛과 예술, 일상의 휴식이 어우러진 현대 생활 속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71회를 맞은 백제문화제는 부여 전역이 한동안 들썩였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름다운 백제, 빛나는 사비’를 주제로 펼쳐진 열흘 동안, 여러 세대가 함께 걷고 머물며 무려 95만 명이 축제장을 찾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SNS에는 고풍스러운 사비궁 야경과 함께 ‘백제 옛다리’를 건너는 인증샷, 밤하늘을 수놓은 1100여 대 드론아트쇼 영상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출처: 부여군
출처: 부여군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드론쇼를 볼 때 아이와 손을 꼭 잡았다. 백제 역사의 한 장면 속에 내가 들어선 기분이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특히 8년 만에 부활한 ‘백제역사문화행렬’에서는 왕실 행차와 대형 백제기가 어우러지며, 고귀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95만 명이라는 방문객 잠정 집계는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지역축제의 회복은 물론, 오감만족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서 부여의 변신을 보여준다. ‘빛으로 빚은 백제야’ 같은 미디어아트 연출, 캔들라이트 아래에서 저녁 식사를 곁들인 ‘성왕연회’ 체험처럼, 노년과 어린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 예술과 휴식을 누린다.

 

트렌드 분석가 이지은 씨는 “지역 축제가 재미와 몰입의 경험이 되면서, 전통을 소비하는 방식도 나날이 섬세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일상에 특별한 감각을 더하는 ‘작은 여행’처럼 축제를 즐긴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백제 옛다리를 건너다 보니 진짜 그 시절에 온 것 같았다”, “사진보다 실제 야경이 너무 멋져서 꼭 가족과 다시 오고 싶다” 등 공감의 목소리가 많았다. 오랜만에 옷깃을 여미고 나선 축제의 밤, 크고 작은 공연에 박수 치며 어깨를 들썩인 사람들이 또 한 번 추억을 갖게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백제문화제’는 더 이상 과거 속의 왕국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함께 이어가는 삶의 리듬이 된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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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제#부여#사비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