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소송서 순천시 손 들어줬다”…노관규 리더십 부각, 내년 지방선거 지형 흔들려
소각장 갈등을 둘러싼 법적 다툼과 지역 정치권의 정면 충돌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전남 순천시의 공공 자원화시설 입지를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순천시 손을 들어주면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정치적 후폭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행정 1부 김정중 부장판사는 20일 쓰레기 소각장 반대 범시민연대를 중심으로 한 주민 3천115명이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공공 자원화시설 입지 결정·고시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순천시가 연향동을 입지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었다는 주민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 절차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 대법원은 같은 사안과 관련한 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가처분 단계에 이어 본안 1심까지 순천시가 연이어 승소하면서, 시는 공공 자원화시설 건립을 추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한 셈이 됐다. 만약 청구가 인용됐다면 입지 결정 자체가 흔들리며 상급심이 끝날 때까지 사업이 중단되고, 노후 시설과 처리 용량 부족으로 쓰레기 대란 우려가 커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시는 재판부 판단을 계기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시는 도시계획시설 변경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주민지원협의체 구성과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행정에 착수해 공공 자원화시설을 정상적으로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날 “공공 자원화시설이 정상적으로 추진돼 쓰레기 대란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각장 갈등은 지난해 4월 순천시의 입지 결정·고시 이후, 같은 해 6월 주민 소송이 제기되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소속 노관규 순천시장은 시설 건립 추진을 밀어붙였고, 반대 측은 연향동 선정 과정의 정당성과 환경적 영향을 문제 삼으며 맞섰다.
정치권은 이 과정에서 격렬하게 갈라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소각장 반대 범시민연대와 긴밀히 소통하며 반대 전선을 주도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순천시의회에 특위 구성을 제안하고 행정사무 조사권 발동을 권고하는 등 노관규 시장을 압박하는 의정 활동을 이어갔다.
내년 순천시장 선거 민주당 경선 도전이 거론되는 손훈모 변호사는 주민 측 대리인으로 소송에 직접 참여했다. 다른 민주당 출마 예정자들도 연이어 시정을 비판하며, 소각장 이슈를 매개로 무소속 시장과 민주당 간 사실상 공동 전선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법원이 1심에서 순천시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같은 ‘공동 전선’은 행정력을 소비하게 만들었다는 역풍에 직면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야권 인사들의 강경 대응이 “결론적으로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노관규 시장은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유일한 무소속 단체장으로서 공공 갈등을 관철시킨 성과를 발판으로 연임 도전에 필요한 리더십을 강화하는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원고 측의 항소는 유력하게 점쳐진다. 항소심 재판이 시작될 경우 법적 공방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입지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항소심 선고 시점이 내년 지방선거 이전이 될지 불투명해, 선거 국면과 재판 일정이 교차하면서 지역 민심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소각장 소송 1심 판결로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맞은 순천시와 지역 정치권은 각각 이해관계를 걸고 다음 수순을 저울질하고 있다. 순천시는 후속 행정을 통해 쓰레기 처리 공백을 막겠다는 입장이고, 정당과 예비 주자들은 곳곳에서 새로운 명분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순천 지역 정가는 소각장 이슈를 매개로 한 정치적 재편 속에서 한층 거친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